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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화산재 대부분 걷혀 주요 거점 공항들 재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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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국 군함이 20일(현지시간) 스페인 북부 산탄데르 항구에서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로 발이 묶인 영국인들을 본국으로 수송하기 위해 정박해 있다. [산탄데르 AP=연합뉴스]

◆영국 공항 운항 재개=히스로·개트윅 등 영국 공항들이 20일 오후 10시(현지시간) 일제히 항공기 이착륙을 허용했다. 21일에는 영국을 오가는 국제선 여객기들이 대부분 운항을 시작했다. 히스로 공항은 연간 6800만 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유럽 최대 공항이다.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히폴 공항도 대부분의 국제선 노선을 복원시켰다.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의 공항에서도 800편 이상의 항공기가 운항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 등의 북유럽에서도 속속 운항 재개가 이뤄지고 있다. 유럽항공관제청인 유로컨트롤은 이날 “며칠 내로 유럽 내의 모든 노선들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의 활동이 주춤해졌고, 때마침 기류도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유럽 상공에 있던 화산재 구름의 상당 부분이 걷혔다. 세계기상기구(WMO) 관계자는 “유럽 대륙에서 아이슬란드 쪽으로 향하고 있는 저기압이 곧 유럽 상공의 화산재 구름을 밀어낼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항공기 운항 여건은 개선되고 있지만 사태가 마무리되기까지는 최소한 수일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5일부터 이날까지 취소된 항공편은 약 10만 편으로 추산된다. 항공사들은 운항이 취소된 항공권을 가진 여행객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할 계획이지만, 그 수가 많아 상당수 승객은 당분간 계속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영국은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20일 스페인 북부지역의 산탄데르항에서 280명의 자국민을 군함에 태웠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교체된 파병 군인 500명도 이 배로 본국으로 귀환 중이다. 영국은 스페인 전역에 머물고 있던 자국 여행객들에게 산탄데르항으로 오도록 했다. 이 배는 40시간을 항해해 22일 영국 해안에 도착할 예정이다.

◆경제적 손실=아이슬란드발 항공 대란은 전 세계 경제에 타격을 입혔다. 국제민간항공수송협회(IATA)는 최근 6일 동안 전체 항공사들이 하루에 2억 달러(22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항공사뿐만 아니라 여행업과 수출입 관련 기업도 막대한 피해를 봤다.

국제적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이번 사태로 유럽 국가들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에 0.025~0.05%의 손실이 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NYT)는 항공편 취소로 미국 여행업계에 6억5000만 달러의 손해가 났다고 보도했다. 미국관광협회는 미국 여행업계가 하루 평균 1억30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으며, 이는 여행업계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0일 독일의 BMW와 일본의 닛산 등 자동차 생산 업체들이 부품을 실어 나르는 항공 화물 수송 차질로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의 아우디 자동차도 일부 모델 생산에 차질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신문은 향후 항공사와 보험사들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험사들은 “화산재에 의한 운항 중단은 천재지변에 해당하기 때문에 보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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