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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가는 새만금] 달려보자, 바다의 만리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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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새만금 방조제. 군산~부안을 잇는 방조제는 전체 구간이 33.9㎞로 네덜란드의 주다치 방조제보다 1.4㎞ 길다. 1991년 공사를 시작해 19년 만인 27일 준공식을 갖는다. 새만금 간척지의 면적은 서울의 3분의 2, 여의도의 140배 규모다. [중앙포토]

새만금의 맛보기 코스였던 가력도에서 허망하게 돌아서야 했던 찝찔한 기억은 이제 지워도 된다. 2010년 4월 27일, 새만금 방조제 준공식을 가지면서 세계 최장의 방조제라는 긴 둑을 마음껏 달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바다를 막은 긴 둑을 이 고장 사람들은 장둑이라고 한다.

차창으로 쏟아지는 햇살과 바람결에 몸을 맡기고 잘 포장된 4차선 도로를 신나게 달려봤다. 일직선으로 뻗은 장둑(방조제)을 경계로 한 바다의 사리 물은 거친 근력으로 바람을 조각하고 있었다. 장둑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 장둑울의 바닷물은 얌전하게 누워있었다.

이제 자연으로부터 분양 받은 땅 장둑울은 인간이 지혜를 짜내어 근력을 시험할 때가 되었다. 장둑울은 필자의 장편소설 『똠방각하』에 설정한 마을 이름이지만 바다를 막아 생긴 삶의 터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새만금 대서사는 무한한 가능성의 장둑울을 수많은 미켈란젤로들이 지혜와 솜씨로 알차게 채워 넣을 때 완성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향 마을에서 보면 능금 빛 태양이 쉬러 가던,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천혜 경관의 한 자락 신시도 전망대에 차를 세웠다. 7층 전망대는 배 모형으로 설계된 건물의 망루에 해당된다. 예견한 일이지만 한꺼번에 달려드는 경관을 한 컷으로 붙잡아두기엔 감당이 안 된다. 시적인 아름다움을 빚은 파도만이 경관이 아니다. 카메라에 담을 자리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카메라맨이 선 자리에 몸을 맡기면 그 자리가 촬영의 명소가 될 터이다. 이런 경관이기에 자연이 선물한 보물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이 고장 사람들이 예로부터 천년 도읍지라고 하고 여인국이라고 했던 서해 바다가 고군산 이 어름을 두고 한 말이었으리라고 짐작해 본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4월의 가볼 만한 곳으로 격포항과 변산해변도로를 소개한 ‘서경에 물들고, 서사에 반하다’를 신청한 부안을 선정했다고 한다. 전망대에 오르고 보니 준공식을 하고 자유롭게 달릴 수 있게 되면 새만금 여행객을 연간 600만 명으로 추산했다는 게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겠다.

중국인들이 ‘바다의 만리장성’이라고 환호했다 한다. 이 지구에 초대받아 온 여행자들 가운데 마지막으로 새만금의 장둑을 달려보지 않고 여행의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바다 쪽 장둑에 레일을 깔고 관광열차를 운행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새만금 장둑울에 세계 각국의 저잣거리와 쉼터를 조성하였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말이다.

최기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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