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좌파 상징 프랑스 공산당 "살길은 반세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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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유럽 내 공산당 중 소련 몰락 이후에도 유일하게 분열을 겪지 않고 명맥을 유지해오던 프랑스공산당(PCF)이 반세계화 운동을 주도하는 신좌파 정당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PCF의 새로운 전략은 낡은 이념당으로 치부되는 공산당 등 좌파의 정체성을 반세계화 운동에 접목시켜 시대에 뒤떨어진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탈색시키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PCF는 최근 사회당에 압력을 가해 기업들의 대량 해고에 제동을 거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세계화주의자들에 맞서 프랑스와 유럽적 특색에 맞는 독특함을 강조하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흘간 일정으로 지난 24일 개막된 여름 당대회는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몇몇 당중진들은 "PCF가 사회운동과 정당활동의 연계에 실패했다" 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한때 78만명에 달하던 당원이 15만명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지나친 경직성 때문이었다며 반세계화 운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또 참석자들 대다수가 지난달 제노바 G8(서방선진7개국+러시아)회담에서의 반세계화 시위를 외면한 당지도부의 결정을 비난했다. "공산당의 건재를 세계에 알리는 데 그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느냐" 는 이야기다.

프랑시스 위르츠 유럽의회 의원은 "공산당의 미래는 신자유주의 압력에 강력한 제동을 거는 데 달려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이념이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는 것이 필연적" 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요구에 따라 내년 대선에서 공산당 후보로 나설 로베르 위 당수도 대회 마지막날인 26일 PCF의 반세계화 전쟁 참전을 선언할 예정이다.

PCF의 이같은 체질개선 노력은 스웨덴과 핀란드 공산당의 '화려한 변신' 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들 북유럽 공산당은 공산주의 이념을 일찌감치 집어던지고 대신 환경보호.여권신장.유럽통합 반대 등을 내세웠다.

PCF의 변신노력이 과연 성공을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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