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 상생론으로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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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협력하에 17대 국회에서는 한번 이뤄보자던 '상생정치'.하지만 극한 대립에 따른 장기공전에 이어 대정부질문에서의 상호비방으로 얼룩진 국회에는 또다시 '상쟁정치'가 부활하고 있다.이런 시점에 서울평화교육센터 주최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심포지엄 '상생의 정치,어떻게 이룩할 것인가'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나란히 참석했다.그러나 두 사람은 '상생'에 대한 동떨어진 이해와 접근방법을 제시해,여야의 대치정국을 그대로 보여줬다.

천 원내대표는 주제강연에서 "상생의 정치라고 해서 싸움이 전혀 없을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민주사회에서 정치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격론을 통해 결론을 찾아가는 과정이며,이 과정에서 당연히 말싸움은 있을 수 있다"고 했다.건전한 논쟁은 상생정치의 기본이라는 취지다.천 대표는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단서를 달았다."다른 정치세력에 대해 '빨갱이''좌파'라고 부르는 것은 이 사회에서 함께 살 수 없는 소탕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라며 한나라당의 색깔론과 이념공세를 비난했다.그는 또 "다수파가 소수파의 말을 무조건 들어주는게 상생은 아니다"면서 "논의를 거쳐서도 결론이 안나면 민주주의 다수결 원칙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천 대표는 마지막으로 "대화와 토론.합리적 타협은 있고,공전과 폭력.근거없는 폭로는 없다"는 3유3무와 '우연성.합리성.야당에 대한 존중'의 국회운영 3원칙을 발표하고 "이를 여야가 함께 실천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민생의 '민'자도 들어있지 않은 4대 개혁입법안을 통해 미움과 차별,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려하면서 상생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정당한 목적과 과정이어야 상생할 수 있다"고 답했다.그러면서 "화해는 전제를 일삼아 온 강자가 억압에 찌든 약자에게 먼저 청해야 하는 것이다.정부여당이 화해와 상생을 먼저 청해오는 것이 순서이자 정도"라고 주장했다.그는 "국가보안법이 필요없게 되면 저절로 자연사,안락사할 것이고 그 때 박물관으로 가져가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언론관계법 개정에도 위헌적 요소가 엄존할 뿐 아니라 적대와 미움을 가득 담고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국종교인평화회의 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백도웅 목사는 "유능하고 말 안하면 이기고,무능하고 말 안하면 지지는 않는다는 말이 있다.요즘은 여야 모두 말만 안하면 적어도 지지는 않을텐데..라는 생각을 한다"고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백 목사는 "진정으로 상생을 추구하려면 자신의 과오를 먼저 고백해야 한다"고 여야에 주문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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