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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핸디로 풀어본 작년 경제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각 나라의 경제성적을 평면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기본 실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일본 종합상사인 닛쇼이와이의 모리시마 히데카주(森島英一.60)한국지사장은 최근 색다른 국가별 경제성적표를 내놓았다.

영업본부장으로 닛쇼이와이의 해외전략을 총괄해온 그는 세계 24개국의 주요 경제지표를 골프와 비교해 순위를 정했다. 경제지표에는 경제성장률.공업생산성장률.소비자물가 상승률.외환준비보유고.실업률.무역수지.주가상승률 등이 포함됐다.

요컨대 실력이 없는 나라에는 핸디캡을 얹어준 뒤 그 나라가 실제로 달성한 경제실적을 평가하는 것이다.

모리시마 사장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경제성적이 가장 뛰어났고 중국이 2위, 한국은 7위를 차지했다.

통화위기를 겪은 러시아의 평균타수는 1백8타. 형편 없는 골프 실력이지만 원유가격 급등으로 외환보유고가 2백40억달러로 늘어나 이글을 잡았고, 국제수지도 덩달아 좋아져 버디를 낚았다.

모리시마는 "핸디캡 36타를 빼면 러시아가 72타로 1위에 올랐다" 며 "다만 인플레가 여전해 트리플 보기를 범한 것이 흠" 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평균타수는 92타. 경제성장률과 공업생산 성장률이 두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해 두 개의 버디를 낚아 2위에 올랐다. 세계 증시가 급락하는 와중에서 중국의 주가 상승도 돋보였다.

모리시마는 한국에 대해 "외환위기로 벙커에 빠졌지만 빠른 경제회복으로 벙커 탈출에 성공했고 외환보유고도 꾸준히 늘어났다" 며 7위에 올렸다. 다만 경제구조조정이 부진하고 노사분쟁이 겹쳐 주가가 크게 떨어지는 바람에 한국은 아쉽게 트리플 보기를 범했다.

일본의 성적은 부진했다. 1980년대 무리한 게임을 펼치는 바람에 10년간 근육통에 시달리면서 주가하락이라는 트리플 보기와 불량자산 누적.경제개혁 부진의 더블 보기를 범했다는 게 모리시마의 평가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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