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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거주자 우선주차제 실시해보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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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3일 낮 12시 성동구 마장동 한 주택가. 구획선이 그어진 주차장은 절반 넘게 비어있다. 하지만 부근의 좁은 골목길은 차량들로 꽉 차있다. 거주자 우선주차제가 시행되면서 주차 공간의 수급 불균형에 따른 불법 주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시가 올해 안에 이 제도를 시내 전역으로 확대키로 한 가운데 성동구가 지난달부터 시범 실시한 결과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골목길 주차난이 오히려 심해지는가 하면 우선주차 스티커를 구입하고도 불법주차를 일삼는 등 제도.운영상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시는 시간제 쿠폰 판매 등 새로운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단속 공무원들 마저 실효성이 없다며 시큰둥해 하고있다.

◇ 드러난 문제점=성동구는 지난달 20개동 전체 주택가 이면도로에 구획선을 그어 5천9백61면(面)을 확보, 2만~4만원을 받고 주민들에게 배정했다. 그러나 신청자가 많아 6천9백40면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일부 골목길은 주차난이 더 심해졌다. 현행 규정상 거주자 우선주차제를 시행할 수 없는 폭 5.5m 미만 도로에 배정에서 탈락한 주민들이 차를 대놓기 때문이다. 주민 李모(46.홍익동)씨는 "지금까지 별 문제가 없던 골목길이 멀리서 온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 불평했다.

또 성동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이나 이 지역에 잠깐 들른 방문자들은 주차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졌다. 낮에 주민들이 출근한 뒤 텅 비어있는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에 차를 대고 싶어도 우선주차권의 95%가 하루 종일 차를 댈 수 있는 전일제이기 때문이다. 빈 곳에 차를 세워 놓기라도 하면 주민들이 신고해 견인당하기 십상이다.

특히 기존에 시간제로 차를 세우던 노상 공영주차장까지 거주자 우선주차장으로 전환되고 있어 불편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 겉도는 대책=서울시는 선정에서 탈락한 주민들이 남의 우선주차구획에 차를 대 연쇄적인 주차 분쟁이 일어나자 최근 주차공간과 차량을 1대1로 배정하던 방식을 바꿔 몇개 구획을 한 구간으로 묶어 배정키로 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구획을 묶다 보니 차를 세워 두고 먼 거리를 걸어야 하는 주민들이 우선주차 스티커를 받고도 불법주차를 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46대의 주차공간이 한 구간으로 묶인 성수2가동 金모(40)씨는 "집에서 주차장까지 15분이나 걸려 바쁠때는 아무데나 세울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시는 또 낮시간에 비는 공간을 방문차량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주차장 인근의 슈퍼나 세탁소 등에서 시간제 쿠폰을 팔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선 구청 공무원들은 "관리감독이 어려울 뿐 아니라 단속하는 우리도 찾기 힘든 동네 가게를 방문자가 어떻게 찾느냐" 고 말했다.

녹색교통운동 민만기(閔萬基.36)사무처장은 "주차공간이 절대 부족한 현실에서 무조건 선을 긋고 단속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라며 "주민들이 자율규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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