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南南갈등 정부 책임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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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른바 통일운동권의 방북단 파문은 급기야 남남 갈등을 한껏 고조시키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그제 그들이 귀환한 김포공항에서 빚어진 운동권과 보수단체들간의 위험스러운 대립 상황이 심화될수록 우리 내부의 역량을 약화시키면서 남북 화해 협력과는 거꾸로 가는 양상이 심해질까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임동원(林東源)통일부 장관은 어제 민주당 당무회의에서 방북단 허가 경위를 설명하면서 물의를 일으킨 인사를 단호하게 조처해 이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의 설명은 변명과 책임 전가의 일방적 입장 발표일 뿐 남남 갈등의 근원적 치유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돌출사태라든가 불확실한 추정으로 인해 방북을 불허할 경우 새로운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이 있어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승인했다" 고 자기 결정을 합리화했다.

'새로운 문제' 가 얼마나 중요 사안인지는 몰라도 방북단의 일탈행위로 폭발된 남남 갈등 만큼이나 심각한 것인가. 또 일부 방북 인사들이 연방제 주장이 무슨 죄냐고 외쳤다는데 그 책임의 상당수는 정부에 있다고 본다.

6.15 공동선언 후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가이드 라인을 설정하지 못했으니 이런 혼선을 부른 것이다. 林장관이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까닭이다.

그는 또 법원이 이적단체로 판결한 일부 단체의 소속원들에 대해 공안당국의 반대의견을 무시하고 허가한 것이 아니라 협의 하에 보냈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국정원과 검찰측에서 나오는 얘기는 이와 다르다. 어떤 경우든 법원이 판결한 이적단체원이라면 방북을 불허하는 것이 법리 상 맞는 처리다. 그런데도 부처간 책임 전가나 하는 林장관의 모습은 여간 궁색하지 않다.

林장관은 소모적인 남남 갈등을 증폭시킨 책임과, 그 자신이 남남 갈등의 주요 원인이라는 인식을 갖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대통령에게 더 이상 누를 끼치지 않는 남은 도리라고 생각한다. 발등에 떨어진 경제난 해결 등 난제가 산적해 있는데 엉뚱한 문제로 사회가 두동강 나는 위험 국면을 감내할 여유가 우리에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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