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개인정보 줄줄이 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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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동통신이나 신용카드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술술 새나가고 있다는 당국의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휴대전화나 신용카드는 이미 정보화 시대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터여서 고객정보 유출이나 이에 따른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이동통신 회사들의 고객 개인정보 관리실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전국에 산재한 4천3백여개 이동통신 회사 대리점 직원과 연결만 된다면 통화내역이나 신상기록 등 원하는 정보를 얼마든지 캐낼 수 있다는 것이다. 비밀번호만 알아내면 직원을 거칠 필요도 없이 통신회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통화내역 조회도 가능하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동통신회사들 스스로가 고객정보 유출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실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리점의 신상정보 조회는 전산기록이 남지 않으며, 감사대상에서도 제외돼 있어 개인정보가 얼마나 누출되는지 정확한 파악조차 어렵다고 털어놓고 있다.

이래서야 대한민국 성인 대부분이 가입자인 휴대전화 사용자들이 안심할 수 없다. 언제 개인정보가 유출돼 피해를 보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찰 발표는 실제로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신용카드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불황에 생존경쟁이 가열되는 과정에서 일부 인터넷 쇼핑몰이나 유료사이트들이 비밀번호 확인은 생략한 채 카드번호와 유효기간만으로 거래를 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카드 도용범죄를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들은 최근 들어 부쩍 심해진 도.감청(盜.監聽) 논란과 함께 정보화 시대에 역행하는 장애물이 아닐 수 없다.

통신 비밀이나 개인정보 관리가 취약한 나라가 정보화를 기본 인프라로 갖춰야 하는 지식강국이나 경제대국으로의 도약을 기대한다면 세상이 웃을 일이다.

정부나 정치권은 개인정보 관리를 규정한 현행 법체계에 문제점은 없는지 재확인해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고객정보를 관리하는 회사나 직원들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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