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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당정개편 여운 남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적당한 시기, 적당한 폭으로 할 수도 있다. "

22일 오장섭 건설교통부 장관을 경질한 직후 당정 개편 전망에 대해 청와대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吳장관 경질과 관계없이 당정 개편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말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지난달 말 청남대 휴가 이후 가까운 측근들을 불러 개편 방향과 인선 문제를 협의해 왔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도 金대통령에게 이와 관련한 보고를 올렸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金대통령으로서는 구상을 마무리했다는 게 주변의 일치된 얘기다. 시기 선택만 남았다는 것이다.

다만 吳장관의 경우 항공등급 하향 조정 파문이 워낙 커 시간을 더 끌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당정 개편 시기와 관련해 여권 인사들은 金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의 회동을 주목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편이 있다면 JP가 일본 방문(24~28일)을 마치고 돌아온 뒤인 이달 말께가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자민련에서는 지난 20일 저녁 韓실장이 JP에게 金대통령의 개편 구상을 설명했다는 설이 나돌고 있으며 자민련 내에서 입각을 희망하는 의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개편 내용과 관련, 여권에선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경제팀에 대한 손질" 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경제팀 손질을 오랫동안 검토해 왔다고 전하고 있다. 자민련 관계자는 "우리가 알기로는 진념(陳稔)경제부총리를 포함한 전면 개편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평양 축전 파문과 관련한 임동원(林東源)통일부 장관의 경질 여부다.

자민련은 물론 민주당 일각에서도 교체론이 확산되는 추세다. 자민련 의원들 사이에선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을 내면 자민련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반란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金대통령의 후반기 국정 운영은 엉망이 된다" 며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햇볕정책의 전도사' 로 남북 양측에 각인된 林장관을 사퇴시키기는 쉽지 않다. 金대통령이 吳장관을 조기에 경질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파문을 속히 매듭지어 林장관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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