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 사람] 대구중등수학교육연 이근호 총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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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수학이 재미있느냐”고 물었을 때 “재미있다”고 대답할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누구나 싫증내는 수학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대구중등수학교육연구회(회장 이영일 ·대구여고 교장)소속 교사들이 그들이다.

이 모임 총무를 맡고 있는 이근호(李根鎬 ·40 ·대구과학고)교사는 이들 중에서도 유별나다.

“수학이 뭐가 재미있느냐”는 항의성 질문에 그는 “원리를 찾아 수학문제를 풀어냈을 때의 기쁨은 무인도에 떨어진 로빈슨이 지나가던 배를 발견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李교사는 경북대 사범대 수학교육과 80학번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수학이 너무 좋았다”고 말한다.

그와 비슷한 증세(?)로 수학을 절대 사랑하는 대구지역 중 ·고교 수학교사들이 ‘이렇게 좋은 수학을 우리들만 사랑할 수 없다’며 만든 모임이 대구중등수학교육연구회다.

전문적인 수학교육을 목표로 1995년 설립된 모임이다.회원은 현재 3백여명.

‘어떻게 하면 수학을 더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하는 것이 이들의 화두다.

李교사는 “연구회는 학생들이 수학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교육방법에 대해 서로 고민하고 각종 정보를 교환한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더 나은 교수방법을 끊임없이 탐색한다”고 덧붙인다.

이를 위해 연구회는 지난 2월 ‘수학교육을 위한 컴퓨터 활용방법에 관한 직무연수’를 비롯해 95년부터 매년 두차례 이상 수학교과교육연구활동 보고회와 세미나를 열고 있다.

중 ·고교생에게 수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홈페이지(http://www.mathtaegu.com)도 만들어 운영한다.이 홈페이지는 지난해 대한수학교육학회가 주최한 제1회 수학홈페이지 단체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홈페이지를 열면 회원들이 수학에 얼마나 열정을 갖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수학공식에 대한 설명은 물론 그림 ·그래프에 심지어 수학퀴즈와 함께 수학사(數學史)도 소개된다.

연구회는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대구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하! 신기한 수학·과학체험전’에 소개된 수학전시물과 각종 수학공식을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학습서를 회원 1백20여명이 3개월에 걸쳐 완성하기도 했다.

연구회의 당면과제는 수학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수학교구 제작이다.연구활동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노력은 제외하더라도 3∼4천만원이 필요하다.사재를 털고 모의고사 문제집을 제작하는 등 전력을 쏟고 있지만 연구회의 10개 수학연구팀을 지원하기도 벅차다.

李교사는 “입시 위주의 단기주입식 수학교육이 수학을 어려운 교과목으로 인식하게끔 만들고 있다”며 “수학원리를 이해하면 수학만큼 재미난 과목도 없다”고 말한다.

또한 李교사는 “수학은 잘 몰라도 사회생활엔 전혀 지장이 없다고들 말하지만 가치관을 형성해가는 학생들에게 논리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것은 수학뿐”이라고 단언한다.

“또 태어나도 수학을 전공하겠느냐”는 물음에 李교사는 “기꺼이”라며 활짝 웃었다.

글 ·사진 조문규 기자

*** 이근호씨는

▶1961년 대구 출생

▶80년 대구 대륜고 졸업

▶84년 경북대 사범대 수학교육과 졸

▶84∼86년 경기 이천고 ·구리여고 수학교사

▶90년 대구 경명여고 수학교사

▶95년 전국교육자료전 교육부장관상 수상

▶98년 전국교육용 소프트웨어공모전 교육부장관상 수상

▶99년∼현재 대구과학고 수학교사,대구중등수학교육연구회 총무

▶저서:‘루트 수학시리즈-공통수학 ·수학Ⅰ ·수학Ⅱ’(98년 ·공저)‘영인 아이스쿨-자바수학교실’(2000년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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