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이대로 가라앉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분기 경제성장률이 3%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왔다. 이미 예상됐던 것이지만 여전히 충격적이다.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됐나. 도대체 정부와 민간 경제주체가 해야 할 일 무엇을 안 했길래, 또 하지 말았어야 할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여기에 이르렀나를 깊이 반성케 하는 경제 성적표다.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것은 단순히 낮은 경제성장률이 아니다.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아니, 경제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상황이다.

정부가 목을 매고 있는 미국의 경기회복이 내년으로 미뤄지고, 그에 따라 우리의 수출과 투자가 활성화될 시점도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되는 바 없지 않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스스로 풀 수 있고 또 풀어야 할 문제들이 그대로 남아 있고, 그래서 날이 갈수록 문제가 더 꼬이고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 경제회복에 족쇄로 작용하는 대형 부실 등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 획기적인 규제완화를 통해 투자와 수출을 활성화하는 것 등에 대한 지적이 수없이 반복됐다. 정부도 말로는 "그러겠다" 는 약속을 거듭했다.

그러나 구조조정과 불확실성 제거에 따른 충격과 관련 부문의 반발 때문인지, 아니면 '규제완화=경제력집중 억제 포기' 라는 국민정서 때문인지, 그 실천이 뒤따르지 않았다는 게 이번 성적표의 교훈이다.

여.야.정이 모여 합의한 사항조차 추진이 지지부진할 정도다. 그래서 구조개혁에 대한 정부 의지를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고, "곧 세계경제가 회복될 것이다" "비관적이지는 않다" 는 소리를 되뇔 때 "다음 경제팀, 다음 정부로 넘기려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소신.무책임은 더 이상 계속될 수 없다. 경제 실상을 있는 그대로 밝힌다면 구조개혁의 절실성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구조조정과 규제완화 등 적어도 하겠다고 한 것은 과감히, 흔들림없이 실천에 옮김으로써 하루속히 정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