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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도자문명전' 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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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세계도자기엑스포는 세계 어느 도자전시회보다 내실있고 규모 또한 가장 큰 행사다. 동서양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15개의 자기 전시회가 열리고 있지만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천에서 열리고 있는 동양도자문명전이다.

자기(磁器)문화는 서양보다 1천년 앞서 동양에서 시작됐고 그 중심에 중국과 우리나라가 있었기 때문이다(도기는 1천1백~1천2백도에서, 자기는 1천2백50도 이상의 온도에서 구운 것을 말한다).

동양도자문명전은 동양 각국의 명품들을 시대별로 같은 코너에 전시해 한자리에서 각국의 발전 정도와 조형상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도록 꾸몄다.

중국과 일본의 자기는 과장된 형태에 복잡한 문양을 꽉 채우고 화려하게 채색해 위엄을 느끼게 한다. 일본 자기는 형태가 중국보다 덜 과장됐고 날렵한 경향이 있으며 채색이 화려한 편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자연스럽고 소박한 형태, 회화적이고 익살스러운 문양이 돋보인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중국 도자기는 보기에 좋고 일본 도자기는 사용하기에 좋지만, 한국 도자기는 그것을 어루만지며 사랑하고 싶어진다는 말이다. 과연 그러한지 나름의 평가를 내려보면서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시를 개관해 보면 중국의 한(漢)~육조(六朝)시대에 청자가 나타나 발전하는 동안 한.일은 양질이지만 도기단계에 머물렀음을 알 수 있다. 질 좋은 청자.백자가 나타난 것은 중국의 경우 7~8세기 당대(唐代), 우리는 9세기 후반부터다.

중국은 10~13세기 송대에 완벽하고 권위에 넘치는 뛰어난 청자와 청백자를 만들었고, 우리는 11~13세기 고려시대에 선이 유려한 비색청자와 비단같은 백자를 만들었다. 중국에선 14~15세기에 코발트 안료를 쓴 청화백자와 채색을 한 뒤 다시 구운 채자(彩磁)가 유행했으며 양자는 17세기까지 이어져 세계 도자기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우리는 15세기부터 뛰어난 백자를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15~16세기에는 세계 도자사상 모양과 무늬가 가장 활달하고 익살스러운 분청사기를 만들었다. 일본은 16세기까지 자기를 만들지 못했으나 임진왜란 이후 조선도공 덕분에 채자가 번창하면서 현재 도자기 선진국으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는 17세기 말부터 단순간결한 백자문화가 발달했고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까지는 파격적인 문양의 생기발랄한 백자를 만들었으나 그뒤로는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이번 엑스포를 계기로 국민들의 도자기 보는 안목이 높아지면서 우리의 도자예술이 한단계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정양모 <경기대 석좌교수.전 국립중앙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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