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이 정권이 국민에 한 게 뭐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 정권이 국민에게 한 게 뭐냐. 고통과 분노만 안겨줬을 뿐이다. "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17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시국강연회에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마지막 시국강연회인 탓인지 비판수위가 높았다.

李총재는 경제.남북정책에 대해 "경제를 망쳐놓았다" "햇볕정책은 포용정책이 아니라 조공(朝貢)정책" 이라고 비판했다. 언론사태에 대해선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고 지금이 밤이라고 떠들어도 국민을 속일 수 없다" 며 "정권이 국민과 언론의 자유를 짓밟고 경제와 민생을 돌보지 않는 길을 고집한다면 우리를 밟고 지나가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당 중진들도 줄줄이 나섰다.

▶홍사덕(洪思德)지도위원=김대중 대통령이 남북간 평화협정 체결문제 등 탄핵 또는 하야 요구 사안에 대해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서청원(徐淸源)지도위원=현정권이 자기 고집, 자기 사람, 자기들만의 정권 재창출에 혈안이 돼 있어 나라가 거덜났다.

▶김덕룡(金德龍)의원=金대통령은 한 정파의 보스이길 포기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돌아와야 한다.

▶손학규(孫鶴圭)의원=김대중식 개혁은 사회지도층을 온통 도둑으로 몰아 기본을 흔들고 사회를 분열시켰다.

행사엔 국회의원 1백14명과 당원.시민 등 3만여명이 참가했다. '국정파탄 경제파탄 국민이 심판하자' 고 적힌 대형 풍선과 '퍼주기식 대북정책 늘어나는 국민세금' '갈팡질팡 교육정책 아이들이 불쌍하다' '경제살리기 외면하고 언론탄압 웬말이냐' 등 현수막도 내걸렸다.

기록적인 폭염 탓인지 李총재의 연설 뒤 군중이 자리를 뜨기 시작하자 최병렬(崔秉烈)부총재는 "사흘 밤낮을 준비한 연설 대신 구호만 외치겠다" 며 발언을 짧게 끝내기도 했다.

고정애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