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57% “한국 긍정적” 독일인 53% “부정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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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유럽 주요국 국민 사이에서 한국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BBC가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세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독일 응답자의 53%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이탈리아·스페인(이상 46%)·프랑스(45%)의 경우도 부정적인 응답이 절반에 육박했다. 조사 대상 유럽 국가 가운데 부정적 응답이 30%를 밑돈 경우는 러시아(23%)·포르투갈(27%)뿐이었다. 세계 33개국의 전체 평균은 긍정적 평가(32%)와 부정적 평가(30%)가 엇비슷했다. BBC는 긍정 또는 부정적 평가의 이유에 대해선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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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 미주지역 평가는 긍정적=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지역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유럽에선 압도적으로 부정적 평가가 많았던 반면, 아시아·태평양과 미주지역에서는 대체로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 <그래픽 참조> 유럽의 경우 설문 대상인 7개국 중 한국에 대해 긍정적 이미지를 더 많이 갖고 있는 나라는 러시아뿐이었다.

중국·필리핀에선 각각 응답자의 57%와 50%가 “한국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인도네시아·일본·호주에서도 부정적 평가보다 긍정적 평가가 많아 각각 43%·36%·35%를 기록했다.

반면 태국의 경우 아태지역 국가로서는 이례적으로 부정적 평가(58%)가 반대 경우(23%)를 크게 웃돌았다. 한국민들의 자체 평가는 긍정적 의견이 76%, 부정적 의견이 19%였다.

미주지역에서는 브라질을 제외한 모든 조사 대상 국가가 한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46%)·칠레(45%)·멕시코(40%)는 긍정적 평가가 40% 이상을 기록했다. 브라질의 경우 ‘부정적’이라고 답한 사람이 43%로, 긍정적 평가(38%)보다 많았다.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선 나이지리아가 유달리 한국에 박했다. 긍정적 답변(31%)보다 부정적 답변(37%)이 많았다. 나이지리아는 미국·유럽연합(EU)은 물론 중국·일본 등에 ‘후한’ 점수를 줬다. BBC는 이와 관련, 아프리카 국가로서는 “이례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라고 보도했다.

◆미국 ‘오바마 효과’ 톡톡히 봐=미국은 이번 조사에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비교적 좋은 점수를 받았다. 긍정적인 평가(46%)가 부정적 평가(34%)보다 10%포인트 이상 많았다. 2005년 BBC 월드서비스의 설문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까지 미국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38%(2005년)→28%(2007년)→35%(2009년)를 오르내렸다.

BBC의 의뢰를 받아 이번 설문조사를 담당한 여론조사기관 글로벌스캔의 더그 밀러 대표는 “오늘날 세계인들의 미국에 대한 평가는 2차 이라크 전쟁 이래 그 어떤 때보다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미 메릴랜드대 국제정책태도 프로그램(PIPA)의 스티븐 컬 소장은 이를 ‘오바마 효과’로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이전 부시 정권 때 구축된 미국의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가 많이 순화됐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긍정적 평가를 가장 많이 받은 나라로는 독일(59%)이 꼽혔다. 일본(53%)·영국(52%)·캐나다(51%)·프랑스(49%) 등이 뒤를 이었다. 부정적 평가는 이란(56%)·파키스탄(51%)·이스라엘(50%)·북한(48%) 순이다.

김한별 기자

◆BBC 월드서비스 세계 여론조사=BBC 월드서비스는 세계 32개 언어로 라디오 방송을 송출하는 BBC의 자회사다. 이 회사는 2005년부터 매년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국가 이미지를 조사해 오고 있다. 한국의 경우 과거 다른 나라의 이미지를 평가하는 설문 대상이 된 적은 있지만, 평가 대상이 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번 조사의 경우 세계 33개국에서 2만9977명이 설문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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