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에 등극한 삼성화재 가빈. [대전=연합뉴스]
삼성화재가 1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 7차전에서 현대캐피탈을 3-2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2007~2008 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프로 출범 후 네 번째, 실업배구 시절을 포함해 12번째 정상에 섰다. 최우수선수상(MVP·상금 500만원)은 챔프전 7차전에서 50득점(역대 한 경기 최다득점 타이)을 올린 가빈의 몫이었다.
◆프로배구 사상 최고 명승부= 가빈이 스파이크를 성공시키면 어김없이 현대캐피탈 박철우(31득점)가 솟아올라 상대 코트에 맹폭을 퍼부었다. 2세트 둘의 에이스 대결은 이날 승부의 백미였다. 다섯 차례의 듀스. 손에 땀을 쥐는 대결. 승자는 박철우였다. 세 차례 연속 후위공격을 성공시키며 포효했다.
그러나 가빈은 기가 죽지 않았다.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4-8로 뒤지며 자칫 분위기를 넘겨줄 수 있었던 3세트. 가빈이 호쾌한 후위공격을 성공시켰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쉼 없이 때리면서도 떨어지지 않는 화력에 당황했다. 가빈의 3세트 공격 성공률은 56.52%로 1, 2세트(이상 42%)보다 오히려 높았다.
5세트에서 그는 더욱 힘을 냈다. 가빈은 “이기기 위한 욕망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통쾌한 백어택으로 포문을 열었다. 그리고 14-11에서 올 시즌의 마지막을 그의 스파이크로 마무리 지었다. 가빈은 유니폼을 벗어던지며 선수들과 부둥켜안고 감격을 나눴다.
◆배구 입문 6년차, 삼성화재의 보물 되다=개막 전만 해도 삼성화재는 우승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신치용 감독은 “플레이오프에나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주축 선수들이 노쇠한 데다 지난 시즌까지 최고 활약을 펼친 안젤코(크로아티아)가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빈은 안젤코의 자리를 채우고도 남았다. 농구선수였다가 배구에 입문한 지 6년밖에 안 된 가빈은 세터 최태웅(34)과 찰떡궁합을 이루며 시즌 내내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해결하는 무서운 파괴력을 뽐냈다. 그는 “삼성화재에 와서 매일 배구를 새로 배웠다. 내년 시즌에도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한국에 남고 싶다”고 밝혔다.
대전=이정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