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전몰자 추도식' 연설… 반발 무마 전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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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13일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靖國)신사에 참배해 물의를 일으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가 15일 전몰자 추도식에서 태평양전쟁에 대한 일본의 전쟁책임을 인정하는 발언을 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의 종전기념일인 이날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전쟁에서 우리나라는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각국과 국민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줬다" 며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번 깊은 반성의 뜻을 표시한다" 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고이즈미의 발언을 "가해 책임의 주체가 일본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 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한국.중국의 거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전술의 하나로 보인다. '립 서비스' 로 사태를 무마해 보겠다는 안일한 인식이 엿보이는 것이다.

고이즈미가 내각에 한국.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마련을 지시하지도 않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의 하나다.

일본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가 국제행사에서 한국.중국의 정상들과 자연스럽게 만나 관계개선의 계기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말까지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는 기회는 ▶9월 19일 유엔아동특별총회(뉴욕)▶10월 20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상하이)▶11월 중 동남아연합(아세안)+한.중.일 정상회담(브루나이) 등 세번이나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9월은 너무 이르고 11월은 너무 늦다는 지적이 많아 결국 10월 중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일본측은 예상하고 있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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