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건설·제약 등…내수 업종은 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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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올 상반기 기업들의 성적표가 예상대로 나쁘게 나타났다. 전반적인 경기침체 탓이다.

그나마 내수 비중이 높은 SK텔레콤.KTF 등 통신업체와 주택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 등 은행들이 선전했다.

또 환율상승 덕을 톡톡히 본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이 두드러졌다. 반면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출 기업 실적 악화〓삼성전자가 지난해 상반기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순이익을 가장 많이 올린 상장사로 나타났다. 하지만 반도체가격 하락으로 순이익 증가율은 마이너스 33.4%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가량 늘었지만, 수출 단가 하락으로 인해 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또 삼성물산.LG상사 등 종합상사들의 실적도 크게 악화됐다.

수출 비중이 높은 업체들 가운데 기아자동차를 제외하고는 순이익 증가율 기준 상위 20개사에 거의 포함되지 못했다.

▶자동차업체들의 질주〓환율 상승과 미국 수출 호조로 현대.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호전됐다. 현대자동차는 삼성물산.삼성전자에 이어 매출액 기준 3위 업체로 꼽혔고 기아자동차는 9위를 기록했다.

순이익 기준으로 현대차가 6위에 랭크됐다. 이 회사의 순이익 증가율은 96.7%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3천4백21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순이익 증가율이 무려 3백14%를 기록했다. 또 자동차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는 1조4천74억원의 매출을 올려 매출증가율이 60%에 달했다.

▶통신업체들의 약진〓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무선통신 서비스업체들은 보조금 지급 철폐조치 등 마케팅비용 감소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또 최근들어 무선데이터 부문의 매출 호조도 통신업체들의 실적 향상에 일조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70%가량 늘어난 6천3백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KTF는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천5백% 가량 늘어난 1천1백34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또 LG텔레콤은 올 상반기 흑자로 전환했고 하나로통신은 가입자 증가에 힘입어 매출이 2백91% 늘었다.

▶건설.은행주의 선전〓남광토건의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천3백61% 늘어난 것을 비롯해 중앙건설.계룡건설.LG건설.두산건설 등 건설업체들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크게 좋아졌다. 그러나 건설업계 1위인 현대건설의 대규모 적자로 인해 건설업계 전체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또 한미은행.주택은행.국민은행.하나은행 등 은행들은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예대 마진)확대와 각종 수수료 인상에 힘입어 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주택은행의 순이익은 52%, 하나은행 80%, 한미은행 9백72%, 조흥은행 1백8%, 국민은행 1백89%씩 순이익이 늘어났다.

▶내수업체도 강세〓동아제약.종근당.제일약품 등 제약업체들은 의약분업 실시 이후 약품가격 인상으로 인해 실적이 호전됐다. 또 신세계는 할인점 부문 매출 증가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이와 함께 한국화장품.태평양.담배인삼공사.두산 등 내수 비중이 높은 업체들이 선전했다.

▶환차손 발생〓한국전력은 전기요금 인상과 전력소비 증가로 인해 매출액은 10%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환율 상승으로 인한 연료비 증가와 외화부채 이자지급 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순이익은 오히려 22%가량 줄었다. 또 SK.S-오일.대한해운.한진해운 등도 거액의 환차손을 입었다.

이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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