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시각으로의 여행, 사진전시회 ‘취만부동(吹萬不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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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시각은 항상 새롭다. 여행지의 풍경이 항상 낯설기 때문이다.”

장 그르니에의 ‘섬’ 中에서

구름은 항상 그 자리에 떠있지만, 보는 이에 따라 천차만별로 보이기도 한다. 오롯이 뻗은 제주 올레길에는 수많은 상념의 자취와 발자국이 묻어 있다. 같은 장소를 바라보지만, 색색의 시각들은 존재한다. 낯선 시각으로의 여행, 사진전시회 ‘취만부동(吹萬不同)’은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시각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만 사람이 피리를 불어도 그 소리가 같지 않습니다. 여럿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도 각기 다른 자기 세계가 아닙니까? 서로 다른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취만부동(吹萬不同)입니다.”

취만부동(吹萬不同)전시회의 소개글 中

중앙일보, 경향신문, 문화일보, 한겨레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사진기자들이 사진전시회를 열었다. 사진기자 4명이 찍은 사진들은 ‘퓰리처상’에 거론될 보도사진이 아니다.
이들은 각기 연꽃과 동행, 길, 구름을 주제로 삼으며, 치열한 취재현장에서의 보도사진과 달리 카메라를 통해 투영되는 사물과 교감하기 위해 셔터를 눌렀다. 때문에 전시전에는 나이 50줄을 넘겨 인생을 관조하는 그들의 시각이 묻어있다. 사진들은 사람에 대한 애정과 고향의 푸근함, 그리고 소중하며 위대한 자연의 속삼임까지 안고 있다.

“하늘나라로 먼저 간 열 살 아들 운강이는 구름아이입니다. 운강이 아빠는 구름아비입니다. 하늘을 자주 바라보게 됐습니다... 중략”, “구름아이를 찾아, 그런 내 자신을 찾아 수많은 날 방황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했습니다. 일어나고 스러지고 불타오르는 하늘의 구름을요.”

중앙일보 조용철 기자 ‘구름나그네’ 中

조용철, 강재훈, 김선규, 우철훈 4명의 사진기자들이 바쁜 마감에 쫒기며 3년을 준비해 온 ‘취만부동(吹萬不同)’ 전시회는 4월 19일(월)부터 30일(금)까지 종로구 법련사 전시실에서 전시된다.

김정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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