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700광고 얄팍한 상술 불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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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초등학교 1학년짜리 딸을 둔 학부모다. 지난 3월 처음으로 학부모가 돼 마냥 즐거웠다.

학교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아이가 많은 것을 배워나가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내 마음도 설렜다. 그런데 얼마 전 이런 내 기대를 무너뜨리는 일이 생겼다.

아이가 지난주 학원이 끝난 뒤 귀가하다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각도기를 손에 꽉 쥐고 집에 왔다. 그런데 그 각도기에 700 전화 서비스 번호가 새겨져 있는 게 아닌가.

더군다나 전화하면 경품으로 컴퓨터를 준다는 문구까지 쓰여 있었다. 아직 사리를 분별하기에는 어린 초등학생들이 얼마나 전화를 많이 할까 걱정됐다. 공짜로 나눠주더라며 마냥 즐거워하는 딸아이를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

철 모르는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얄팍한 상술을 쓰는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학교.학원 근처에 이런 어른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화가 났다. 모든 아이들을 자기 자식처럼 생각한다면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얕은 속임수로 아이들의 코묻은 돈을 가져가려는 어른들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

임정희.인천시 남구 주안7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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