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 조식선생 선비정신 재조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조선 중기의 거유(巨儒)인 남명 조식(南冥 曺植, 1501~72.사진) 선생 탄생 5백주년 기념 행사가 선생의 서원이 있는 경남 산청에서 열린다.

'선비문화축제' 로 이름 붙여진 이 행사는 16~19일 산청군 시천면 덕천서원 일대에서 열리며 학술행사와 연극 공연, 석상 제막식, 유물전시관 기공식 등 다채롭게 꾸며진다. 경상남도와 산청군.합천군.진주시 공동주최다.

한국.일본.러시아.독일.중국 등 국내외 학자 14명이 발표.토론자로 참가하는 국제학술회의는 16~17일 삼성산청연수소에서 '남명학과 21세기 유교 부흥운동 전개' 를 주제로 열린다.

첫날 진주의 남명학연구원 김충렬(고려대 명예교수) 원장이 기조강연을 하며, 서울대 조동일 교수 등이 나와 남명의 '문학과 시부' '역사와 교육' '철학과 윤리' '정치와 사회' 를 주제로 발표를 한다.

17일 덕산중학교의 전야 행사에서는 실천유학을 표방한 남명사상의 특징을 대중들에게 쉽게 전달하고자 만든 연희단거리패의 서사극 '선비의 표상-남명' 이 이윤택 연출로 선보이며, 의병출정식도 열린다.

18일에는 덕천서원에서 열리는 남명제(탄신추모제)를 비롯해 관례(남자 성인식)와 계례(여자 성인식)가 펼쳐지며, 19일에는 한시 백일장과 국악공연이 선보인다. 사적지 답사는 16~18일에 있다.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남명사상의 부흥운동을 선언한 국제학술회의다. 특히 무비판적 숭앙(崇仰)이 아닌, 엄정한 연구 대상으로서의 남명에 눈길을 주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조동일 교수가 이런 시각을 대표한다.

조교수는 숭앙의 '혐의' 가 짙은 남명이란 호 대신 자연인 '조식' 으로 대상을 객관화해 그의 시문(詩文)에 나타난 지리산의 의미를 분석한다. 조식과의 비교 대상은 그 만큼 지리산을 좋아했던 김종직이다.

조교수는 "김종직이 외향적 관심을 가지고 지리산 자체에 대해서 말했다면, 조식은 내향적인 관심을 가지고 (자신을) 지리산과 동일시 했다" 고 평했다.

조식은 '제덕산계정주(題德山溪亭柱)' 라는 시에서 '하늘이 울어도 지리산을 울지 않는다' 고 했는데, 바로 이런 이상을 큰 선비의 자세로 삼아 속세와 타협하지 않은 지식인의 전형을 보였다는 게 조교수의 풀이다.

이밖에 임진왜란 당시 정인홍.김면.곽재우 등 의병활동의 사상적 뿌리를 그들의 스승인 남명에서 찾아 설명한 일본 나고야(名古屋)대의 누쿠이 마사유키(貫井正之) 교수와 남명과 중국 명말청초(明末淸初)기 큰 유학자였던 이이곡(李二曲)의 사상과 학행을 비교.분석한 중국 샤시(狹西)대 조길혜 교수의 논문이 소개된다.

기념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권경석)는 "조선 중엽이후 당쟁의 희생으로 역사의 뒤안길에서 매몰되었던 남명의 정신과 학문을 재조명하여 새 시대 정신에 접목시키려는 작업을 각종 행사를 통해 보여줄 계획" 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정재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