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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결국 웃는 자는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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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 ‘1승’에 목마른 무관의 이세돌이 중국의 구리와 16일 실질적인 결승전을 벌인다. [바둑세계 제공]

'비금도 천재' 이세돌9단이 중국기사 3명의 포위를 단신으로 뚫고 우승을 쟁취할 수 있느냐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전이 16~19일 나흘간 유성 삼성화재 연수원에서 3번기로 펼쳐진다. 한국기사로는 혼자 준결승에 진출한 이세돌9단은 "우승은 어차피 혼자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조용히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중국은 자국 선수가 3명이나 올라간데다 이창호9단도 없는 이번 삼성화재배야말로 중국의 우승 갈증을 채워줄 절호의 기회라 확신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4대4로 맞선 8강전에서 한국이 그렇게 일방적으로 밀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한국은 이세돌.최철한.박영훈.송태곤 등 주력으로 성장한 '신4천왕'이 고스란히 출전했으나 이세돌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탈락하고 말았다.

이런 8강전 결과에 고무된 중국기원의 왕루난(王如南)원장은 "이세돌9단이 강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창호9단보다 못한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중국기사 3명이 이세돌을 포위한다면 우승가능성은 아주 크다"고 말하고 있다.

천쭈더(陳祖德)중국위기협회 주석도 "바야흐로 세계 바둑은 한.중대결시대로 접어들었다. 이창호는 여전히 힘든 상대지만 새로 등장한 젊은 강자들에겐 중국 기사들도 전혀 밀리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삼성화재배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중국에는 이창호를 신격화하고 이세돌.최철한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새 강자들을 과소평가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창호를 수차례 이긴 이세돌이 이런 분위기에 일침을 가하며 다시 한번 한국 우승을 일궈낼 수 있을까.

준결승전은 이세돌9단대 구리(古力)7단, 왕시(王檄)5단대 저우허양(周鶴洋)9단이 각각 대결한다. 구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랭킹 1위였고 현재 쿵제에게 밀려 2위로 내려앉았지만 중국 내 4관왕이다.

이세돌이 힘과 날카로움을 겸비한 전투형이라면 구리 역시 수읽기와 파괴력을 주무기로 하는 호전적 기풍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중국리그에서 단 한번 부딪혀 구리가 이긴 적이 있다.

그러므로 이 둘의 준결승전은 실질적인 결승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왕시나 저우허양이 이세돌을 상대하기엔 약간 버겁다고 보고 구리가 마지막 난관을 일찌감치 제거해 중국 우승을 확정지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세돌 역시 전혀 물러설 여유가 없다. 현재 무관인 이세돌은 내년도 세계대회 출전권을 확보하기 위해 '1승'에 목마른 입장이다. 구리는 준결승전을 앞두고 "필사적으로 둘 뿐"이라고 했는데 그점은 이세돌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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