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력형 비리 수사가 핵심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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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천공항 주변 유휴지 개발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의혹이 결국 검찰 몫으로 넘겨졌다. 사업 참여 업체 대표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상호(李相虎)전 개발사업단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함으로써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인천공항 주변 개발 의혹은 하루가 다르게 증폭되고 있다. 처음에는 공항공사 간부 사이의 감정 다툼처럼 보이더니 정치권 실세 인사들의 연결고리가 조금씩 드러나는 등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 사건은 의혹투성이다.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해 놓고도 강동석(姜東錫)공항공사 사장이 발표를 늦춰 건설교통부에서 절차 이행을 독촉당하고 다시 경고성 공문까지 받은 것부터 이상하다. 그는 공사의 수익성이 우선이어서 재평가를 요구했다고 주장하지만 뒤늦게 문제제기를 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

심사가 끝난 뒤 배점 기준 변경.재평가를 요구한 것이나 "사장 직권으로 2순위 업체를 뽑을 수 없는지 알아보겠다" 고 말한 것도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토지사용료로 3백25억원을 제시한 업체가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 심사에서 그보다 다섯배가 넘는 1천7백25억원을 제시한 업체보다 우선 선정됐다면 객관적으로 타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텐데 막무가내로 바꾸려 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또 청와대 민정수석실 국중호(鞠重皓)행정관의 압력 전화 여부도 의문이다. 본인은 청탁성 전화가 아니었다고 주장하지만 전 개발사업단장은 압력 청탁 전화였다고 밝혔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친구 회사를 들먹이며 청탁성 전화를 걸었다면 직권남용 아닌가. 행정관의 통상적 업무였다면 통화내용의 상부 보고 등 정상적인 처리 절차를 밟았어야 했을 일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권력형 비리 여부다. 특정인의 명예훼손 여부는 부수적인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은 이 사건을 단순 고소사건과 달리 인지수사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신승남 검찰총장 출범 후 첫 권력형 비리 사건이란 점에서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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