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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현대미술…전 유감'에 대한 유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국립현대미술관은 본지 7월 31일자 42면에 실린 김찬동씨의 기고 '한국현대미술…전 유감' 에 대한 반론을 본사에 보내왔다. 쟁점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지난 1일 폐막한 '전환과 역동의 시대' 전이 미술사적으로 의미있고 충실하게 준비됐는가의 여부. 양측 입장을 균형있게 전달하기 위해 반론문을 게재한다.

한국 현대미술사는 미완의 역사다. 이는 당시 중심에서 활동했던 작가들이 화단의 중진으로 활동하고 있고 척박했던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현존하는 작품들이 매우 희귀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지금껏 아무도 한국 현대미술사에 대한 사적 전개과정을 망라하는 전시를 시도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 미술관은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바로 세우기 위해 1997년 '한국근대유화전' 을 시작으로 '한국현대미술 - 전환과 역동의 시대전' 까지 수차례에 걸쳐 기획전을 마련했다.

이러한 기획은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과 독창성을 헤아리고 한국 미술을 세계미술사에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나름의 의도가 포함된 것이었다.

이런 일련의 전시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인문학적 관점을 토대로 생산적인 담론을 끄집어내고 현대미술사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미술사적 의미를 도출해내고자 했다.

우리 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2년여에 걸쳐 당시 자료를 수집, 작품을 발굴했고 작가들과의 면담을 통해 전시를 준비해 왔다. 따라서 충분한 연구 및 준비기간이 없었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끝으로 당시 미술운동에 대한 연구나 작품발굴을 종결지을 계획은 결코 없다. 지속적으로 한국 현대미술사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것이며 이번 전시는 그간의 연구성과에 대한 일차적인 정리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이번 전시를 끝으로 우리 미술관이 당시의 미술운동에 대한 미술사적 논의를 마무리할 것처럼 예단한다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다. '내실있는 전시를 위해 불가피하게' 재연한 작품들에 대해 '원작의 에너지나 감성이 제대로 담겨 있지 않다' 는 지적에 대해 필자로서는 의아할 따름이다.

60년대 중반 당시의 작품이나 전시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이렇게 단정지을 수 있을까. 재연작품들의 경우 생생한 복원을 할 수 있도록 당시의 재료를 구하기 위해 현재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음을 밝혀두고자 한다.

따라서 재연과 관련한 문제 제기는 기우에 불과하다. 없어진 작품을 재연하지 않고 어떻게 당시 미술상황을 보여줄 수 있단 말인가.

재연된 일부 작품의 소장 여부는 미술관 내의 진지한 토론과 관외 인사로 구성된 작품 수집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앞으로 결정할 사항이다. 이를 소장하는 것으로 단정짓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 아닐까.

또한 구체적인 사례를 적시하지 않은 채 '면밀한 비평적 고려가 없이' '미술사를 오도' 했다는 지적은 오히려 평자가 사회적.역사적 책임을 방기한 자세가 아닌지 우려된다. 우리 미술관의 현대미술사 바로 보고 읽기를 위한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여러가지 제약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미술현상을 재구성했다는 자료적인 측면에서라도 최소한의 가치가 있다고 자임한다.

강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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