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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타, 이번엔 내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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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오너와 전문 경영인이 한판 붙을 판이다. 대규모 리콜 사태로 고전하고 있는 도요타자동차에서 그렇다. 잘나갈 땐 오너와 전문 경영인의 협조와 상호존중이 부각되던 회사였다. 그러나 지금은 창업주 일가와 전문 경영진 사이에 위기의 책임을 전가하는 ‘네 탓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창업주 일가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사장은 대량 리콜 사태가 터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문 경영인인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 부회장에게 자회사로 갈 것을 제안했지만, 와타나베 부회장은 이를 거부했다. 이는 창업주 일가와 전문 경영진 간의 갈등이 리콜 사태를 계기로 확대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WSJ는 지적했다. 도요다 사장과 측근들은 지난해 새 경영진을 짤 때 전임 전문 경영진이 빠른 성장과 이익 확대만 추구하는 바람에 품질이 희생됐다고 비판했다. 도요다 사장은 지난달 베이징(北京)에서도 전임 경영인들을 겨냥해 “일부 인사가 수익 창출에만 지나치게 집착할 때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 경영인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전문 경영인들이 도요타를 세계 최고의 자동차회사로 키울 때는 아무 말 않고 있다가 문제가 발생하자 뒤늦게 책임을 전가하며 희생양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서면서 이익 확대 전략을 추진해온 것에 대해 도요다 사장이 제동을 건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위기는 준비가 안 된 도요다 사장의 위기라고 반격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도요타 내부의 갈등은 일본의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가 지난달 13일 ‘도요타의 내부 갈등’을 특집 기사로 보도하면서 표면화됐다. 이 잡지는 “지난해 도요다의 세습을 반대하는 사람들과 창업주 가문 사이에 격렬한 내홍이 발생했다”고 소개했다. 사내의 도요다 반대파들은 “도요다 사장의 가족이 보유한 도요타의 지분은 0.45%에 불과해 창업주 가문이 40%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는 미국의 포드자동차 가문과는 다르다”며 도요다 사장의 경영권 장악을 반대했다는 것이다.

도요다 사장은 취임 직후 40대 부장급들로 ‘도요타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을 구성해 사장 직속으로 운영했다. 이는 자신의 친위대 성격의 조직으로, 사내에선 기존 경영 체제와 선을 긋는다는 신호로 해석됐다고 한다. 게다가 그는 와타나베 전 사장이 설치했던 경영기획부를 해체하고 종합기획부를 신설하면서 기존 경영진의 반발을 샀다. 도요게이자이는 이 같은 신구 경영진의 대립 탓에 지난해부터 의사결정에 빈틈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또 대규모 리콜은 도요타의 강점이던 팀워크가 흔들리면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렉서스 GX460 전 세계 판매 중단

한편 도요타는 15일 미국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 리포트로부터 ‘사지 말아야 할 차’로 평가받은 렉서스 GX460에 대한 판매중단 조치를 전 세계로 확대하기로 했다. 컨슈머 리포트는 이 차가 빠른 속도의 코너링 과정에서 전복사고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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