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수천명 해외도피 자금 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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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프랑스 검찰이 스위스 은행에 계좌를 가진 자국민 수천 명의 탈세 및 자금세탁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남부 니스 지방법원 소속의 에릭 드 몽골피에 검사는 14일(현지시간) HSBC 은행 스위스 지점 계좌 주인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프랑스는 지난해부터 HSBC 스위스 지점의 전직 직원이었던 프랑스인 에르브 팔시아니(37)가 빼돌린 은행 고객 정보를 입수해 분석해왔다.

르피가로 등 프랑스 신문에 따르면 몽골피에 검사는 “팔시아니에게서 압수한 콤팩트 디스크(CD)에는 약 12만7000개 계좌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고, 계좌 주인은 프랑스인 8231명을 포함해 총 7만9000여 명”이라고 밝혔다. 몽골피에 검사는 계좌 주인들의 국적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다양한 나라들”이라고 답했다. 프랑스 경찰은 지난해 1월 니스에 머물고 있는 팔시아니를 체포하고 그의 집에서 고객 정보가 담긴 CD를 압수했다. 이후 석방된 팔시아니는 프랑스 정부의 신변 보호를 받으며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피에는 프랑스인 계좌 주인들의 자금 출처를 확인해 탈세 또는 돈세탁 혐의가 드러나면 모두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는 해외 비밀 계좌에 대한 국제 수사 중 최대 규모다.

한편 HSBC 측은 “도난당한 계좌 정보는 12만7000개가 아니라 약 2만4000개며, 그중 약 9000개는 이미 예금주의 요청에 의해 사라진 계좌”라고 주장했다.

파리=이상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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