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후지쓰배 8강전에서 구리 9단과 대국하고 있다. 구리의 공격, 이세돌의 타개가 치열하게 맞선 한판이었다. 묘하게 감아쥔 이세돌의 손끝에서도 집중력이 느껴진다. [한게임 제공]
14일 후지쓰배 8강전에서 만난 구리는 이세돌이 지금까지 10승9패를 거둔 강적이었다. 10월 열리는 광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사전 행사로 이세돌 대 구리의 10번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이 두 사람이 한국 바둑과 중국 바둑을 상징한다고 본 때문이다. 바둑은 초반부터 난전의 연속이었다. 흑을 쥔 구리는 지칠 줄 모르고 공격해 왔고, 백을 쥔 이세돌은 도주하면서도 최강수로 도발하며 상대를 자극했다. 이세돌의 움직임은 생사마저 잊은 듯 대담했고 칼날 위를 걷는 것처럼 아슬아슬했다.
하지만 이세돌은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상대를 유인하는 심리전을 펴고 있었다. 구리가 또 한번 공격해 왔을 때 이세돌의 맹렬한 반격이 터져나왔다. 그것으로 바둑은 끝이었다.
이세돌 9단이 구리마저 꺾고 19연승을 내달리자 과연 이세돌의 연승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승 최고기록은 이창호 9단의 41연승(1990년). 김인 9단의 40연승(1968년)이 그 뒤고, 이세돌 9단은 32연승(2000년)으로 3위다. 과거에 비해 적수들이 강해지고 수도 많아져 연승은 훨씬 어려워졌다. 그러나 이세돌은 상상을 절하는 집중력으로 승리를 이어가고 있어 그의 앞길을 저지할 주인공의 얼굴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기보 2>=64의 두 칸이 엷지만 상상력이 가득한 수. 66으로 두자 백의 탄력이 느껴진다. 67의 공격에 이은 75의 공격으로 구리는 끝없이 공격했지만 이세돌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80부터 오히려 역습에 나선다. 80은 받기 힘든 칼칼한 수. 흑은 여기서부터 일사천리로 무너진다(右).기보>
기보>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