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선수권] 이봉주 38Km 오르막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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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편안합니다. 꼭 우승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훈련한 대로 뛰겠습니다. "

이봉주(31.삼성전자)가 4일 오전 9시45분(한국시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벌어지는 제8회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마라톤 출전을 앞두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4월 보스턴 마라톤 제패와 더불어 세계선수권 우승까지 노리는 선수치고는 싱거운 출사표였다.

그러나 이선수는 지금까지도 늘 덤덤히 "열심히 해보겠다" 고 하다가 우승으로 사람들을 종종 놀라게 했다. 이선수의 겸손에는 풀코스(42.195㎞) 26회째(단 한번도 중간에 기권한 적이 없다)라는 관록에서 배어나오는 자신감이 숨어 있다.

4개월 만에 다시 풀코스를 뛰는 이선수에게 섭씨 24도로 예상되는 기온, 표고차가 35m까지 나는 코스, 해발 6백70m의 고지대에서 열리는 레이스 등이 체력적으로 부담이 된다. 그러나 이선수는 "쉽지는 않지만 컨디션이 좋아졌다" 고 조심스럽게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지대 훈련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마친 이선수는 가벼운 달리기로 마지막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다. 가끔씩 힘이 들 때면 홀어머니와 여자친구와의 전화 통화로 긴장감을 덜었다고 한다.

이선수의 작전은 지난 4월 보스턴 마라톤 때와 마찬가지로 후반 급경사 승부. 27㎞까지는 페이스를 잘 유지하다가 첫번째 오르막에서 1차 스퍼트를 하고, 두번째 급경사인 38㎞가 되기 전에 2차 스퍼트로 치고나와 승부를 낸다는 전술을 세워놓았다.

삼성전자 오인환 코치는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봉주가 이번에도 자기를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고 말했다.

희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세계선수권 2연패의 아벨 안톤(스페인)이 참가를 포기했고, 아시아 최고기록 보유자인 후지타 아쓰이(일본)도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다.

하지만 이선수는 "이들이 빠진다고 해도 세계선수권에 나올 정도면 다 쟁쟁한 선수들" 이라고 방심하지 않는다. 이선수는 항상 그랬듯이 태극마크가 선명한 머리띠를 두르고 출전한다.

2백개국 1천7백여명의 선수들이 참가한 제8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에드먼턴 커먼웰스 스타디움에서 오전 9시부터 식전행사가 벌어진다. 식전행사의 하나로 남자마라톤이 출발하고, 개막식 도중 우승자가 골인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46개 종목에서 펼쳐지는 이번 대회는 6일 남자 1백m, 7일 여자 1백m가 벌어지며 13일 여자마라톤을 마지막으로 폐막된다.

에드먼턴=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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