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밀입국자들 인천공항을 중간기지 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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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인천공항이 동남아.중국인들의 미주지역 밀입국을 위한 '허브공항' 이 되고 있다.

3일 국내 항공사들에 따르면 지난 3월 개항 이후 위조여권을 지닌 이들 지역의 환승 승객이 월 평균 50여명씩 적발되고 있다. 김포공항 시절에는 월 10명 정도였다. 항공사들은 국제 밀입국 조직이 중간 거점을 일본 간사이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옮겼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밀입국 기도자들은 태국 방콕이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등에서 인천으로 온 뒤 환승구역에서 브로커에게서 미국행 항공권과 비자가 붙어 있는 여권을 건네받아 미주지역으로 떠나는 수법을 쓰고 있다. 기내에서 여권 등 증명서를 폐기한 뒤 미국에 망명을 신청하면 신분이 확인될 때까지 강제출국을 시키지 못하는 미국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인천공항 개항 후 밀입국 기도자들이 크게 는 것은 미국행 항공편이 많은 데다 환승구역이 넓고 24시간 열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일 오후 인천공항 환승호텔에서는 국제 밀입국 범죄조직원으로 추정되는 20대 후반의 인도계 싱가포르인이 닷새째 투숙하며 밀입국 알선을 해오다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적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환승구역은 국내법의 효력이 미치지 않아 국내로 밀입국을 시도하지 않은 이상 경찰이나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속수무책이다.

결과적으로 항공사만 애를 태우고 있다. 밀입국 기도자들이 미국에 입국하려다 적발될 경우 미국 정부가 건당 3천달러의 벌금을 항공사에 부과하는 데다 출발지로 돌려보내는 비행기삯도 항공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인천공항이 문을 연 이후 20차례 벌금을 물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환승객들이 미국행 항공기를 탑승할 때 여권을 검사하는 전담팀을 운영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으나 한계가 있다" 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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