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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러기 책동네] '삼국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중국 고전 『삼국지』는 어린이들에게도 매력적이다. 우선 재미있다.

머리가 헷갈릴 정도로 등장인물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웅호걸들이 드넓은 대륙을 무대로 천하를 얻기 위해 벌이는 대결에 대한 생동감 넘치는 묘사는 어른이나 아이나 혼을 쏙 빼놓는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와 용기까지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으니 그야말로 '짱' 이다. 지난해 한 조사에서 어린이와 부모들에게서 각각 '읽고 싶은 책' '읽히고 싶은 책' 2위로 꼽혔을 정도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판본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용은 대개 만화였다. 또 어린이책일수록 원문을 보지 않거나 정확한 고증없이 가볍게 옮겨진 책은 피해야 하는데, 그렇게 따지고 나면 아이들에게 선뜻 권할 만한 게 없었다.

그래서 연세대 유중하 교수가 새롭게 엮은 『삼국지』가 반갑다. 믿을 만한 중문학자가, 그것도 초등학생.중학생인 자신의 아이들을 생각하며 쓴 책이기 때문이다. 정성들인 성인만화풍의 올 컬러 삽화들도 '보는 재미' 를 더해준다.

전체적인 작품의 뼈대는 원작과 큰 차이가 없다.

1권은 유비.관우.장비가 복사꽃 핀 뜨락에서 의형제를 맺는 '도원결의' 를,

2권은 '난세의 간웅' 조조가 '배수진' 을 쳐 원소의 군을 물리침으로써 천하를 호령하게 되는 이야기를,

3권은 삼고초려로 천하의 책사 제갈량을 얻은 유비가 손권과 동맹을 맺어 조조를 크게 물리치는 전투인 '적벽대전' 을 각각 다루고 있다.

4권은 위.촉.오의 '삼국천하' ,

5권은 홀로 살아 남은 제갈량이 위나라와의 일전을 위해 올리는 '출사표' 편이다.

대신 일화들은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과감히 내용을 줄이거나 생략했다. 이를테면 1권은 유비가 노숙의 가르침을 받는 원본의 내용을 건너뛰고, 귀향길에 강가에서 만난 이상한 노인을 업고 두번이나 강을 건넜던 얘기로 시작된다.

그런데 아동문학 작가들조차 흔히 저지르는 잘못을 엮은이인 유교수도 범하고 있다.

유비.조조.손견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는 첫장 '세 소년의 운명' 에 원본에는 없는 '세 소년의 됨됨이가 뜻하는 바' 란 조각글을 끼워넣음으로써 대놓고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시도한 것.

반면 각 권 말미에 덧붙인 '『삼국지』 깊이 읽는 법' 은 유교수가 중문학자로서 전문성을 발휘해 읽는 재미를 배가해 준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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