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리뷰] '디지털에 빠진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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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책 제목만 보고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등 디지털 업계의 간판 타자들을 다룬 흔한 책으로 예단해선 안된다. 신간 『디지털에 빠진 사람들』이 조명한 11명의 인물들은 우리에겐 다소 낯선 얼굴이다.

그러나 일본의 저명한 IT전문 컨설팅 업체인 '소켄 플레닝' 의 대표인 저자가 볼 때, 이들이야말로 디지털 세계를 진정으로 충실하고 풍부하며 인간적으로 만들어 미국의 IT 업계가 세계 최강을 유지하게 하는 비밀의 열쇠 같은 사람들이다. 마치 한 편의 훌륭한 영화가 눈에 띄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 더욱 빛나듯이.

세계 최대의 소프트웨어 표준화 컨소시엄인 OMG의 리처드 솔리 회장, 인터넷 도서관 알렉사의 설립자 브루스터 칼, CAD에 관한 표준화를 이룬 히피 스타일의 전자건축가 래리 존슨, 그리고 미국 공군의 군의관으로서 '환자 중심의 정보관리' 표준화 작업을 주도하는 자넷 마르티노와 소프트웨어 에콜로지스트 피터 허줌 등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저자는 이들을 모두 직접 인터뷰하여 이 책을 펴냈다.

일본인인 저자가 미국 IT업계의 숨은 진주들을 탐색하게 된 것은 20년간 디지털 업계에 종사하며 미국의 IT가 왜 강한지 의문을 품어왔고 또 OMG의 일본 대표로서 미국의 하이테크 기업경영자나 기술자 등과 폭넓은 교류를 해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자신의 가치관과 개성을 밀고 나가 또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공공성을 중시한 인터넷의 근본정신을 구현하며 보다 편리하고 행복한 인류 공동의 삶을 추구하다 결과적으로 명성과 부도 얻은 사람들이다. 한국으로 따지면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연구하는 안철수씨 같은 경우라고나 할까.

실리콘 밸리를 만들어 가는 다양한 미국의 인물상 가운데 일부 스타들의 성공신화만 편식해 온 우리 현실에서 일독의 가치가 있는 책이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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