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북담당과장 외국에 기밀누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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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가정보원에서 남북관계의 기밀사항을 취급하던 대북전략국 소속 安모(40.3급)과장이 외국정보기관 요원과 접촉, 기밀을 누설한 혐의 등으로 파면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安과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김영삼(金泳三)정권때부터 대북문제를 전담해온 엘리트 요원이며, 현 정권 출범 후에는 햇볕정책 수립과 집행, 남북평화체제로의 전환 등 핵심기밀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국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安씨는 지난해부터 외국정보기관의 한국계 요원 Y씨와 접촉했으며, 이 과정에서 통상적인 정보교류 차원을 넘어선 행위가 있었다는 혐의를 국정원 감찰실이 적발했다는 것이다. 安씨는 Y씨와 3~4개월에 한번씩 만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安씨는 이달 초 감찰실 조사를 받으면서 '일상적인 접촉이었을 뿐' 이라고 주장했다" 며 "그러나 감찰실은 그와 외국정보기관 요원과의 접촉현장을 촬영을 통해 채증하는 데 성공했으며 금품을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고 전했다.

국정원은 "安과장이 외국정보기관 요원과 접촉했을 경우 국정원에 신고해야 하는 내부 규정을 어겨 징계위원회를 열어 지난 23일자로 파면했다" 며 "Y씨와 술을 마시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직무상 획득한 내용을 발설한 사실도 확인됐다" 고 공식 확인했다.

국정원은 또 "내부 규정을 어겨 품위를 손상한 점을 감안해 기강확립 차원에서 일벌백계했다" 고 말했다.

安씨는 이에 대해 "인사 차원에서 소액의 돈을 받은 적은 있지만 거액을 받은 적은 결코 없다" 면서 "기밀을 넘겨주지도 않았고 남북관계의 통상적인 배경설명 등이 있었을 뿐" 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요원이 외국 정보기관 요원과 '부적절한 접촉' 을 한 것이 적발돼 파면된 것은 1961년 중앙정보부가 설립된 이후 처음이다.

한편 이 정보기관의 한국주재 대사관의 대변인은 "정보기관 관련사항은 확인해줄 수도, 코멘트 할 수도 없다" 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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