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구·광주 등 분양권 전매 완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이르면 내달 하순부터 부산.대구.광주.울산.창원.양산 등 지방 6개 투기과열지구의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계약 1년 뒤부터 가능해져 이곳 분양시장과 분양권 매매시장의 숨통이 다소 트일 것 같다. 시장 상황 때문에 분양을 미루던 건설업체들은 투자 심리가 나아질 것으로 보고 분양에 고삐를 당길 태세다.

하지만 지방 광역시는 아파트 공급이 많아 분양권 웃돈이 붙는 곳이 적기 때문에 분위기에 휩쓸린 투자는 삼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 전매 가능한 분양권은=최초 분양 계약 체결일로부터 1년이 지나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아파트가 혜택을 본다. 중앙일보조인스랜드와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분양권 전매 제한이 완화하는 5개 지역에 있는 이런 아파트는 110곳, 8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

이 가운데 투기과열지구 지정일인 지난해 11월 18일 이전에 계약해 그동안 1회 전매할 수 있던 아파트는 법 시행 이후에는 횟수 제한 없이 거래할 수 있다. 그 이후에 분양해 전매 제한에 묶였던 아파트도 계약한 지 1년이 넘는 시점부터는 마음대로 팔 수 있다.

현지에선 분양권 거래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대구 서변동 미래공인 관계자는 "1회 전매할 수 있는 분양권조차 거래가 안 됐는데 이번 조치로 벌써 문의가 느는 것을 보니 거래가 다소 증가할 것 같다"고 전했다.

미분양 아파트도 눈길을 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까지 지방 광역시의 미분양 주택은 1만3617가구로 전국 물량의 25%에 이른다.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계약한 지 1년 뒤에야 전매 거래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입지가 좋은 곳은 실수요자들이 입질할 것으로 보인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상품은 좋은데 시장 침체로 팔리지 않았던 미분양 물량이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매 제한이 완화돼도 시장이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부산 안락동 새희망공인 이수익 사장은 "대기 수요가 적고, 세금 부담도 느는 추세여서 전매 완화만으로는 거래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분양 앞당긴다=건설업계는 이번 조치가 분양시장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지만 계약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포스코건설 조대연 마케팅팀장은 "지방은 공급 과잉의 후유증이 커 시장 상황이 반전되긴 힘들다. 다만 나중에 분양권을 팔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종전보다 계약률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을 앞둔 부산지역 대단지 사업장은 한시름 덜었다는 분위기다. 시장 상황 때문에 분양을 계속 미뤘던 부산시 남구 용호동 오륙도SK뷰(3000가구)는 오는 19일 모델하우스를 열 예정이다.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 롯데캐슬도 예정대로 이달 말 분양에 나선다. 롯데건설 전병일 부장은 "급한 사정이 생겨도 분양권을 팔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아파트를 사지 않았던 수요자들이 다시 돌아오면 지방의 분양률은 높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광역시 분양시장이 회복될 경우 다른 지방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대우건설 원일우 상무는 "충청권이 수도이전 위헌 결정 이후 침몰 위기에 놓였고, 수도권은 여전히 규제가 많아 지방 분양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 짚어볼 것은=분양권 전매가 완화됐다 해도 무턱대고 분양받는 것은 금물이다. 부산.대구 등 공급이 많았던 곳은 미분양을 소화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1년 이상 미분양된 단지의 경우 최초 분양 시점이 아니라 계약일로부터 1년이 넘어야 전매가 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시간과공간 한광호 사장은 "분양권 거래가 허용돼도 웃돈이 붙는 단지는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부동산퍼스트 곽창석 이사는 "계약 후 1년이 되기 전에 공증 등을 통한 편법 거래가 성행할 수도 있으나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전매 해제되는 분양권을 살 때는 양도세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에 전매 제한이 풀리는 곳에서 분양권 거래를 할 경우 계약서 사본을 건설회사에 내 동의를 받고, 건설회사는 이를 국세청에 통보하도록 규정이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이 경우 실거래가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지금까지는 국세청 통보 의무가 없어 거래가격을 낮춘 다운 계약서를 만들어 양도세를 적게 내는 사례가 많았다.

김종필 세무사는 "전매가 허용돼도 보유 기간이 1년 이상~2년 미만은 양도차익의 40%, 2년 이상은 9~36%의 양도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내야 해 세 부담이 만만찮다"고 말했다.

안장원.서미숙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