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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부터 읽을까] 피서지에선 이런 책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장마도 슬금슬금 물러난 듯 싶다. 바닷가 모래밭에서 큼직한 모자 하나 덮어쓰고 선탠을 하며, 아니면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수박 한 쪽을 덥석 깨무는 맛이라니! 생각만 해도 즐거울 그 때 책을 곁들여보면 어떨까.

피서여행 가방 속에 꼭 챙겨넣을 만한 책들을 모아봤다. 물론 무거운 책은 영 젬병일게다. 머리를 식히며 읽어봄직한 삽상한 책들을 신간 위주로 추려 보자.

우선 여름철과 썩 어울리는 것은 단연 추리소설 장르다.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시드니 셀던의 최신작 『하늘이 무너지다』(북@북스, 전 2권)는 한 명문가의 잇따른 죽음을 파헤치는 앵커우먼이 겪는 미스터리 스릴러물.

'의학스릴러' 란 용어를 만들어낸 로빈 쿡의 『벡터』(열림원, 전 2권)는 러시아의 무기공장 벡터에서 일했던 뉴욕의 택시운전사가 자신의 꿈을 꺾어버린 미국에 대해 생물학 무기를 이용해 복수하려고 한다는 줄거리다.

호러.엽기적 요소가 강한 일본소설 중 스즈키 고지의 『링』(씨엔씨미디어)과 그 속편 『링2-스파이럴』은 이 분야 팬들에겐 이미 고전이 된 작품이다.

함께 놀러 가 비디오를 본 두 명의 여고생과 두 명의 남자 재수생이 정확히 일주일 뒤 같은 시각에 의문의 죽음을 맞으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1998년에 국내출간된 『메두사』(이노우에 유메히토 지음, 시공사)도 호러소설 필독서.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돌로 만들어 버리는 신화 속의 '메두사' 를 소재로, 으스스한 공포와 반전이 묘한 여운을 준다.

본격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콧수염』(에마뉘엘 카레르 지음, 열린책들)과 『장의사 강그리옹』(조엘 에글로프 지음, 현대문학)은 자그마한 책의 부피까지 피서지용으로 딱 맞는 프랑스 소설들.

아내를 놀래주려고 10년 넘게 기른 콧수염을 자른 남편에게 아내가 "콧수염 같은 건 처음부터 없었다" 고 말하면서 전개되는 사건이나, 장의사의 두 조수가 영구차를 몰고 가다가 길을 잃으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경쾌한 필치 속에 스멀스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 반전의 묘미도 그만이다.

논픽션 『바다 한가운데서』(나다니엘 필브릭 지음, 중심)는 거친 파도 속에서 동료의 인육까지 먹으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19세기 말 고래잡이 선원들의 모습이 공포소설 못지않게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책이다.

역사적 배경을 다소 지루하게 설명하고 있는 첫부분만 지나면 3백여쪽의 책장이 순식간에 넘겨진다. 인간과 자연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팬터지 소설들은 배낭에 넣기엔 분량이 만만치 않지만 『이영도의 판타지 단편집』(황금가지) 정도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인터넷 연재작이었던 '오버 더 호라이즌' 과 신작 '오버 더 네뷸러' '골렘' 등이 담겨있다.

설명이 필요없는 『해리 포터』시리즈(조앤 롤링 지음, 문학수첩)도 아직 안 읽어봤다면 시도해 볼 만하다. 10대용이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재밌다.

1993년에 첫 출간된 『퇴마록』(이우혁 지음, 들녘)의 팬이라면 최근 나온 '말세편' 6권을 놓치지 말 것. 이로써 총 19권이 완간됐다.

자, 그저 머리를 차분히 식히고 올 독자들에겐 그림이나 사진들이 함께 어우러진 책이 적격이다.

동자승 그림으로 유명한 원성스님의 신간 『거울』(이레)은 이 '산사의 어린왕자' 가 들려주는 따사로운 이야기들과 1백30여점의 그림들이 절로 마음을 맑게 해준다.

다른 스님들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일주문에 설치된 공중전화로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고 눈물을 글썽이던 이야기를 담은 '공중전화' 등의 글이 담겨 있다.

『다이고로야 고마워』(오타니 준코 지음, 오늘의책)는 손발이 없는 기형 원숭이 다이고로가 오타니 가족의 품에서 사랑을 받다가 폐렴으로 죽기까지 2년4개월 간의 삶을 담은 포토에세이집.

생명의 존귀함과 사랑에 대해, 그리고 환경문제까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가슴뭉클한 이야기다. 펑펑 눈물을 쏟으며 각박한 삶의 찌든 때를 말끔히 씻을 수 있을 것이다.

현대사회 소시민들의 모습을 수채화풍의 섬세한 삽화와 유머러스한 시적 언어로 담아내는 장 자크 상페의 책들은 요즘말로 '짱' 이다.

『랑베르씨』『라울 따뷔랭』『속 깊은 이성 친구』(이상 열린책들) 등과 최근에 출간된 『작은 차이』(산성미디어) 중 어떤 것을 골라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크기만 작게 만든 6천~7천원대 판형도 있으므로 여행 때 가져가기 좋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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