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속의 '크렘린궁' 러시아 대사관 완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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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 도심 속의 '크렘린궁' 러시아 대사관이 완공됐다.

1999년 6월 서울 정동 옛 배재고 부지에 착공 25개월 만인 지난 23일 외장공사를 마치고 모습을 드러냈다.

12층짜리 학교.병원 건물과 6층짜리 본청, 그리고 경비실과 변전소 등 4개 동(棟)으로 연면적 1만2천㎡(약 3천7백평).

은은한 색조의 대리석 건물에 갈색 띠 문양, 12층 건물 위의 청동도금 루코피차(양파모양의 구)는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을 연상시킨다.

러시아측은 특히 공사내내 비밀과 보안에 각별히 신경써 왔다. 완공 뒤에도 보안을 이유로 완공식을 생략한 채 내장작업에 들어갔다. 입주는 내년 1월.

특히 대사 집무실이 있는 본청은 천장.내부벽.통신장비.배선공사 등의 자재와 인력을 모두 러시아에서 공수해 왔다. 외부 도청이 불가능한 소위 '스텔스형' 을 지향했다는 것이 시공자인 삼성물산 관계자의 귀띔이다. 5백m쯤 떨어진 옛 경기여고 터에 들어설 미국대사관과의 정보전을 의식했다는 것.

공사기간 2년 동안 한국인 인부들은 사진.신분증을 제시하고 허가를 받아야 출입이 가능했다. 특히 청소나 막일을 하는 일용직 근로자들의 출입이 까다로워 공사진척이 더뎠다는 후문이다.

지금도 러시아 경비원들이 24시간 철통경비를 선다.

러시아측은 이 공사로 1천8백50만달러(약 2백40억원)를 벌었다고 한다. 과거 '아라사 공사관' (현 정동공원)에 대한 보상금 2천7백50만달러를 받아 공사비로 9백만달러를 들인 것. 그 이익금의 일부로 우이동에 대사관저 부지를 매입했다.

현 부지는 앞으로 99년간 무상 임대된다. 한국도 모스크바에 같은 크기의 땅을 무상 임대받아 대사관을 건설 중이다.

김혜수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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