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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망하는 막말 정치 한계 넘어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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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의 '대통령 탄핵 검토' 발언으로 야기된 여야간 막말정치가 한계를 넘어섰다.

민주당은 26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집안내력까지 언급하며 보복성 공격을 퍼부었고, 한나라당은 치고 빠지기식 행태를 보이면서 감정싸움을 이어갔다. 나라정책원 김광동(金光東)박사는 "여야 모두 현직 대통령과 야당 총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내던진 채 국민의 정치적 환멸을 불러일으키면서 공멸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그는 "상대방을 섬멸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면서 "이런 행태는 내년 대선까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 감시와 비판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 비난 경연장 된 회의장=이날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박상규(朴尙奎)사무총장이 "한나라당 李총재가 친일혐의가 있는 부친의 생가를 복원하는 것은 반민족적 행위" 라고 말을 꺼냈다.

그는 또 李총재가 김원웅(金元雄)의원의 돌출행동을 경고한 데 대해 "독립운동가의 자제인 金의원에게 친일파 후손인 李총재가 경고성 발언을 했다는 건 역사의 비극" 이라고 비아냥댔다.

김중권(金重權)대표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 기회에 우리 주변의 친일잔재를 청산해야 한다" 고 맞장구쳤다. 최고위원들도 줄줄이 나섰다. 공격의 초점은 李총재 개인에게 맞춰졌다.

"소리(小利)라도 챙기려는 속좁은 행태" (鄭東泳), "李총재는 여론이 불리하면 말을 뒤집는다" (韓和甲), "경제불안과 사회혼란, 민심이반을 부추겨 집권하려는 전략" (朴相千)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전용학(田溶鶴)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뒤 "한나라당 李총재는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사과해야 하며, 탄핵발언 당사자인 이재오(李在五)총무를 교체하라" 고 요구했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민주당 朴총장이 李총재 부친을 친일파라고 비난한데 대해 "터무니 없는 내용을 사실인양 몰아붙이는 민주당의 인민재판식 행태야말로 공산주의자들이 즐겨 쓰는 정적(政敵) 죽이기 방식" 이라고 맞비난했다.

◇ 탄핵론 집어넣은 한나라당=한나라당은 26일에는 대통령 탄핵론을 거론하지 않았다.

이재오 총무는 "한번 질렀으면 됐다" 고 말했다. 다만 金대통령의 경제정책 집행을 '정육점 주인이 심장수술한 것' 이라고 비난한 김만제 정책위의장이 "이번 탄핵소추 검토는 金대통령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 라고 주장했을 뿐이다. 이에 앞서 당지도부는 "신중하지 못했다" 고 李총무를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은 '탄핵론은 한건주의식이고 무책임하다' 는 여론을 의식한 듯 변협 결의문과 언론탄압 등의 이슈를 되살리는 데 주력했다. 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은 "변협 결의문 파장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은 단말마적" 이라며 "변협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세무사찰이 시작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김현미(金賢美)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의 변호사 세무조사 운운은 일부 변협 간부들의 편향된 정치행위에 대한 비난을 덮기 위한 유언비어" 라고 역공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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