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제와 진념 막역한 사이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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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정책위의장과 진념(陳稔)경제부총리는 막역한 사이다. 두 사람은 1주일에 두세 번씩 전화통화를 하면서 경제 돌아가는 사정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金의장이 5공(共)시절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직을 맡았을 때 陳부총리는 그 밑에서 차관보로 일했다.

그래서 陳부총리는 아직도 金의장을 "부총리님" 이라고 부른다. 그런 陳부총리에게 金의장이 26일 사퇴를 요구했다. "공적자금 운용 실패로 인한 국민부담 가중에 대해 경제정책의 사령탑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 는 이유에서였다.

金의장은 특히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21일 KBS 심야토론)에서 陳부총리가 한 공적자금 관련 발언을 문제삼았다. "공적자금이 회수되지 않으면 미회수분은 국가채무가 되고, 이를 정부 예산에 분할.분산시켜 상환할 방침" 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金의장은 " '공적자금 등 정부가 보증한 채무는 우발적인 채무로 국가채무와는 다르며, 공적자금 회수에도 큰 문제가 없는 만큼 국민 부담도 거의 없을 것' 이라는 정부 주장이 陳부총리 발언으로 거짓임이 드러났다" 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적자금 회수율은 현재의 24%에서 더 떨어질 전망이므로 그 돈을 갚자면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대폭 늘어날 것" 이라며 陳부총리의 대(對)국민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陳부총리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추경 예산안에 대한 국회 동의를 얻기 위해선 金의장의 협조가 절실한 陳부총리다.

그가 金의장에게 자꾸 전화를 걸어 '여.야.정(與.野.政)경제포럼' 을 열자고 재촉하는 것도 추경의 조속한 집행을 위해서다. 그런 만큼 재경부에서도 "金의장이 陳부총리에게 더 잘하라고 채찍질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며 그다지 예민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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