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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탄핵론] 한나라 이총무 공론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은 25일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론으로 어수선했다.

이재오(李在五)총무는 전날 탄핵소추를 주장한 데 이어 이날 총재단 회의에 '김대중 대통령 탄핵소추 검토 보고서' 를 들고 나와 단숨에 읽어 버렸다.

그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탄핵소추 발의를 검토해야 한다" 며 "총무단과 협의했으며 대통령의 초법적 발언이나 국정행위에 대한 자료를 수집 중" 이라고 보고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상기된 표정이었으나 李총무의 얘기를 가로막지는 않았다.

당내에선 "이번엔 李총무와 총재 간에 사전 교감이 있는 것 아니냐" 는 주장까지 나왔다.

게다가 李총무는 "총무가 당3역 중 한 사람인데 당3역 발언에 사견(私見)이 어디 있느냐" 고 강조했다.

전날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이 "李총무의 사견일 뿐" 이라고 말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박종희(朴鍾熙)부총무는 "언론사 세무조사는 현 상황을 한번에 뒤집으려는 여권의 음모에 따른 것" 이라며 "여기에 대해 탄핵안으로 맞서자는 얘기" 라고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반(反)DJ 정서를 확산시켜 정국 주도권을 되찾고, 야당 의원에 대한 사정을 막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며 탄핵안은 매우 효과적인 공세 방안이 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이어 열린 당무회의에선 "李총무가 얘기 한번 잘했다. 당이 대한변협의 성명을 강하게 뒷받침해야 한다" (金重緯.柳漢烈.柳晙相당무위원)는 등의 강경 발언이 쏟아졌다. 그러나 지도부는 대체로 탄핵론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최병렬(崔秉烈).양정규(梁正圭).하순봉(河舜鳳)부총재는 총재단 회의에서 입을 모아 "민감한 문제고, 역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상황을 지켜보자" 는 신중론을 폈다고 한다. 이날 李총재는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 이라고 결론냈다.

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은 "신중한 검토란 적극 검토라기보다, 추후 검토를 의미한다" 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뜻이었다.

한 고위 당직자는 "탄핵소추론을 공연히 들고 나와 현 정권에 공포감을 심어줄 필요가 없다. 그런 공포감을 없애기 위해 정치보복금지법을 만들자고 주장하는 판인데, 탄핵을 외치면 金대통령의 남은 임기도 보장 못한다는 뜻으로 비춰진다" 고 말했다. 그는 "탄핵안이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없다" 고 말했다.

최상연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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