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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뢰·기뢰 국제적 위협으로 … 촉각 곤두세운 해군 강국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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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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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사건이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군 당국자의 발언이나 12일 일부 모습을 드러낸 천안함 함미 파손 상태로 미뤄 보면 침몰 원인이 어뢰나 기뢰에 의한 피격 쪽으로 기울고 있는 데 다 기존 어뢰를 개량하거나 스텔스 기능 등 새 기술을 갖춘 것에 의해 공격당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대량살상무기(WMD)에 이어 어뢰·기뢰의 확산 문제가 각국에 발등의 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호주·스웨덴 등이 침몰 원인 조사에 참가하는 것은 이와 맞물려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제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은 선체가 버블제트(Bubble jet)에 의해 절단된 것으로 추정돼서다. 버블제트는 수중에서 폭발된 어뢰나 기뢰에 의해서만 발생한다. 어뢰나 기뢰로 추정되는 무기가 실험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 함정을 격침시킨 사례는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 이후 거의 없다. 특히 이번에 천안함의 승조원들은 외부 충격을 받기 전까지 위기상황을 인식하지 못했다. 매우 은밀한 수중작전으로 보인다.

그래서 해군 전력에 크게 의존하는 미국 등이 이번 사건에 비상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평시 경계활동 중인 군함이 어뢰나 기뢰 등에 의해 격침된 것도 충격이지만 테러 등에 이용된다면 새로운 차원의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대형 전투함정이 격침되면 그 피해는 탄도미사일보다 심각할 수 있다. 국제적 무기 비확산 대상에 기뢰나 어뢰가 새로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1981년 개발해 94년 이란에 수출한 사출형(부상형) 기뢰(Rising Mine 또는 CAPTOR Mine)인 EM-52(작은 사진)가 관심을 끈다. 미 해군대학이 지난해 9월 내놓은 ‘중국 기뢰전’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중국으로부터 기뢰를 수입했다. 이 가운데는 EM-52도 포함돼 있다. 이 기뢰는 해저 바닥에 부설돼 있다가 물 위로 지나가는 함정의 스크루 소리를 듣고 원통 속의 로켓추진 어뢰가 고속 발사돼 함정을 격침시킨다. 이란은 북한에서 도입한 유고급(80t) 잠수정에 이 기뢰를 장착해 수중에서 부설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 개조 작업에는 북한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고급은 북한의 서해안에 집중 배치돼 있는 소형 잠수정이다. 이에 따라 정보 당국은 EM-52와 같은 특수 기뢰가 북한에도 이전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이란에 탄도미사일을 수출해 왔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6·25전쟁 때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에 의해 결정적 타격을 입은 바 있어 기뢰 등을 이용한 해안방어에 집중해 왔다. 유사시엔 부산과 포항 등에 기뢰를 부설해 미 증원군의 지원을 차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천안함 침몰 사건이 한·미 해군에 대한 북한의 경고라고 보는 이유다.

글=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인포그래픽=김주원·박경민 기자

◆EM-52=중국제로 최대 수심 110m에서도 작동된다. 수중 사거리는 3400m이며, 물속 속도는 초속 80m다. 잠수함이나 수상함 등에 접근해 수중에서 폭발한다. 부설 500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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