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쉬어 매드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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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범인은 누구일까.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 ‘쉬어 매드니스’는 결말이 매회 달라진다. 얽힌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이는 작가나 연출가가 아닌 관객이다. 2006년 11월 관객 참여형 연극이라는 신선한 시도로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후 이 작품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다.

극은 미용실 위층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피해자는 유명 피아니스트 송채니. 사건 발생 전후로 미용실을 거쳐간 이들은 모두 용의선상에 오른다. 미용실 주인인 호진과 미용사 미숙은 그동안 송채니와의 편치 않았던 관계가 속속 드러나면서 의심을 받는다. 미숙의 애인이자 골동품 판매상인 준수의 알리바이는 파헤칠수록 허점투성이다. 손님인 부잣집 마나님 영화의 행적도 석연찮다.

뒤죽박죽이 된 사건은 2막이 오르면서 차츰 정리된다. 객석에 불이 들어오면 관객들이 직접 용의자 심문에 나선다. 이때부터 배우와 관객 간의 두뇌싸움이 본격화된다. 진짜 범인을 찾아내려는 관객과 범인으로 지목되지 않으려는 배우 사이의 심리전도 치열하다. 관객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용의자 알리바이의 허점을 파헤치느냐에 따라 극의 재미가 배가될 수도 반감될 수도 있다. 극의 절반 이상이 관객에게 달린 셈이다.

범인은 관객의 다수결로 정해지기 때문에 배우들도 막판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전체적인 틀은 미리 정해져 있지만 관객의 돌발적인 질문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철저히 연기자의 몫이다. 그만큼 연기자들의 순발력과 연기력이 요구된다.

극은 범인으로 지목된 용의자가 자신의 살해동기를 밝히면서 끝을 맺는다. 범인이 누구냐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것이다. 무대는 작품 배경인 미용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배우들은 실제로 머리를 감고 면도를 한다. 미용실 이름이기도 한 ‘쉬어 매드니스’는 ‘완전 또라이’라는 비속어다.

제작사인 뮤지컬 해븐은 오는 29일과 5월 6일 공연(오후 8시) 관람객을 대상으로 ‘추리왕 이벤트’를 실시한다. 당일 적극적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관객 1명에게 전자사전(30만원 상당)을 증정하는 행사다.

변정주 연출, 신안진·차청화·맹주영·문민형·이상숙·이충주 출연. 오픈 런 상명아트홀1관. 1만5000~2만5000원.

[사진설명]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관객 참여형 연극‘쉬어 매드니스’ 한 장면.

▶문의=02-744-4334

< 김은정 기자 hapia@joongang.co.kr >
[사진제공=뮤지컬 해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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