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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이니스프리 호도' 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나는 이제 일어나 가야지, 이니스프리로 가야지,

나뭇가지 엮어 진흙 발라 거기 작은 오막집 하나 짓고;

이홉 콩 이랑, 꿀벌집도 하나 가지리.

그리고 벌이 붕붕대는 숲속에서 홀로 살으리.

그럼 나는 좀 평화를 느낄 수 있으리니, 평화는 천천히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으로 방울져 내려온다;

거긴 한밤엔 온 데 은은히 빛나고, 정오는 자줏빛으로 불타오르고,

저녁엔 가득한 훙방울새의 나래소리.

나는 이제 일어나 가야지.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 '이니스프리 호도(湖島)' 중

여름의 태양이 이글거리면 누구나 멀리 떠나고 싶어 한다. 스물다섯의 청년 예이츠는 런던의 회색 포도 위를 걷다가 불현듯 길호(湖) 안의 작은 섬 이니스프리가 그리워 이 시를 썼다고 한다. 정오 무렵 온 호면(湖面)이 자줏빛으로 물드는….

이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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