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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CEO포럼 '기업 기살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이 지난 22일 제주 신라호텔에 모였다. 전경련 창립 40주년 기념행사로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서머 포럼' 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들 회장단의 화두는 '기업의 기(氣)살리기' 였다.

이대로 가다간 나라경제가 거덜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힌 회장단은 "기업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사기를 좀 올려달라" 고 입을 모았다. 하반기부터 좋아질 것이라던 경기전망이 어긋나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증폭하고 있다. 수출 감소세는 5개월째이고, 기업투자도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성장능력에 대한 회의마저 일고 있다.

전경련 김입삼 고문은 "나라경제가 머지 않아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 이라고 우려한다. 민간경제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기업가가 사업을 포기하려는 분위기" 라며 "대기업의 해외본사 설립은 심상찮은 징후" 라고 걱정했다.

이들은 '경제 살리기' 는 무엇보다 '기업의 기 살리기' 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단언한다. "기 살리기는 돈 안드는 특효약인데 정부가 왜 안하는지 모르겠다" 는 것이다.

◇ 재계와 화해의 장을=유한수 코미트상호신용금고 회장은 "대통령이 재계와 화해의 장(場)을 만들어 기업가 정신을 되살리는 불씨 역할을 해야 한다" 고 했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이제는 재벌들이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 대통령도 나서야 한다" 고 말했다.

대통령이 중소기업만 방문할 게 아니라 대기업 현장도 찾아서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 재벌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기업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무규제의 천국' 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SK그룹 손길승 회장은 "도와주지 않아도 좋다" 면서 "열심히 일하고 투자하도록 그냥 내버려 둬라" 고 요구한다. 부실기업은 신속히 정리하고, 사후 감시를 위한 재벌 규제가 필요하다고 인정하지만 부채비율 2백%나 출자총액제한 등 고유의 기업경영활동 규제는 전면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左원장은 "정부는 자신들이 해야 할 일과 기업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고, 孫회장은 "정부는 재계의 고민을 귀담아 들어주고, 규제를 할 땐 재계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 강조한다. 패러다임을 엄벌.단행에서 지원.촉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잘 나가는 기업엔 찬사를=LG경제연구원 이윤호 원장은 평등주의가 만연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 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孫회장은 "기업하려는 의욕을 꺾는 반기업 정서가 큰 문제" 라며 "기업이 강해져야 국력이 강해진다는 쪽으로 분위기를 쇄신하는 게 급선무" 라고 강조한다.

左원장은 "정부가 강자를 끌어내리고 약자를 보호하고 있다" 며 '관치 평등화' 를 비판했다.

◇ 실패에 대한 책임을 줄여야=전경련 신종익 본부장은 투자급랭을 걱정할 정도로 기업 사기가 꺾인 데는 기업실패에 대한 책임묻기가 큰 요인이었다고 지족한다. 재벌 오너에 대한 무한책임을 강조하고, 사재출연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누군들 일을 벌이려 하겠느냐는 것이다.

김영욱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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