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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등 4명 급류 덮쳐 실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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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믿을 수가... "

23일 새벽 급류에 부인과 딸, 사위와 외손녀 등 가족 모두를 떠내려 보낸 박기남(61.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자은3리)씨는 믿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朴씨 집에 흙탕물과 함께 불행이 밀려든 것은 23일 오전 2시45분쯤.

출산 후 첫 친정나들이를 한 딸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잠자리에 든 지 세시간 만이었다.

집 근처 하천(장남천.후동천) 둑을 넘은 급류가 朴씨 집을 휩쓸고 간 것이다. 대피할 겨를조차 없었다.

잠자던 朴씨는 수십m를 떠내려가다 정신을 차려 급류 속에 모습을 드러낸 교각 조각 위에 몸을 의지해 목숨을 구했다.

그러나 부인 조영임(55).딸 정옥(27)씨, 사위 최해원(31.충북 청주시)씨, 백일된 외손녀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朴씨는 23일 오전 6시 긴급출동한 119구조대에 구조된 뒤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섯가구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속칭 외후동 마을은 인근 장남천.후동천과 20여m 가량 떨어져 있어 홍수 피해를 모르고 살아왔다.

그러나 23일 새벽 3백여㎜의 집중호우에 뿌리째 뽑혀 떠내려 오던 나무들이 하천 다리에 걸리면서 물길을 가로 막았다.

장남천 물은 농경지로, 후동천을 넘친 물은 농가를 덮쳤다. 가옥 3채는 마침 비어 있어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朴씨 집 바로 옆에 혼자 사는 임연옥(75)씨는 급류에 실종됐다. 육군 76사단은 장병들을 동원, 화양강 일대에서 실종자를 수색 중이다.

한편 이날 오전 6시쯤 인제군 상남면 상남리 속칭 오미재 고개에서 양봉을 하던 전진홍(53)씨가 폭우로 흘러내린 토사에 휩쓸려 실종됐다. 오전 7시30분에는 홍천강이 불어나면서 피서객 등 22명이 고립되기도 했다.

또 이날 오전 8시 횡성군 공긍면 6번국도와 인제군 상남면 31번 국도가 낙석으로 차량운행이 전면 통제되는 등 인제.홍천.횡성지역 10여곳의 도로통행이 통제됐었다.

홍천=이찬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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