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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협약 회의 타결] "일본 빼곤 안된다" 극적 절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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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의 탈퇴 선언과 일본의 소극적인 자세로 사문화 위기에 몰렸던 교토(京都)의정서가 극적으로 되살아났다. 독일 본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6차회의에 참가한 각국 환경장관들은 폐막예정일(22일)을 넘겨 회의를 속개, 23일 오전(현지시간) 교토의정서 이행방안에 합의했다.

이로써 미국을 제외한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일본.캐나다.호주.러시아 등이 교토의정서에 비준, 당초 예정대로 2002년에 발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 힘겨운 의정서 살리기=합의에 이른 이행방안은 이번 당사국 회의의 의장인 얀 프롱크 네덜란드 환경장관이 낸 절충안이다. 이는 나라별로 할당된 이산화탄소 의무감축량에서 삼림.농지의 이산화탄소 흡수효과를 인정해 달라는 일본.러시아 등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당초 유럽국가들은 "삼림흡수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며 반대했으나 "교토의정서 자체를 깨는 것보다 차선책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며 양보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2012년까지의 삭감목표 6% 가운데 최대 3.8%를 삼림효과로 대체하게 됐다.

개발도상국의 지구온난화 예방대책에 대한 지원금 분배와 온실가스 배출권의 거래 규칙 등은 오는 10월 모로코의 마라케시에서 열리는 7차회의에서 계속 논의키로 했다.

◇ 관건 쥔 일본의 태도변화=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일본 환경상은 22일 회의에서 프롱크 의장의 절충안을 거부했다. 온실가스 삭감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의 제재규정이 너무 엄격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캐나다도 일본에 동조했다. 프롱크 의장은 23일 새벽 다시 회의를 열어 "일본이 참가하지 않으면 10여년 걸려 채택된 교토의정서 전체가 물거품된다" 며 끈질긴 설득작전을 폈다.

교토의정서는 비준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합계가 전체 배출량의 55%를 넘어야만 발효될 수 있는데 배출량의 36%를 차지하는 미국이 비준 거부를 선언한 상황에서 일본(배출량 8.5%)과 캐나다(3.3%)의 참가는 의정서 발효에 필수조건이다.

하지만 제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일본은 의정서 발효에 소극적이었다. 회의기간 중 국제사회와 환경단체의 압력은 일본에 집중됐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언론에 "합의는 무리" 라고 발언한 사실이 보도돼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결국 일본의 막판 태도변화는 이같은 국제사회의 압력에 손을 든 것으로 분석된다.

예영준 기자

▶교토의정서란=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메탄 등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후변화협약의 실천을 위해 10여년 간의 국제적 논의 끝에 1997년 교토 회의에서 채택됐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은 의무감축 국가로 지정돼 2012년까지 각각 6~8%로 지정된 의무삭감량을 지켜야 하며 초과배출분에 대해서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 파는 거래를 통해 할당량을 충족시킬 수 있다. 한국은 의무감축국가로 지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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