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총선 중도우파 압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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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제1야당 피데스의 빅토르 오르반 총재가 11일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부다페스트 AP=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실시된 헝가리 총선 1차 투표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제1야당 피데스(FIDESZ·청년민주동맹)가 집권 사회당(MSZP)에 압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헝가리에서 2002년 이후 8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1차 투표에선 지역구와 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투표가 동시에 치러졌다. 그 결과 386석의 전체 의석 중 265석이 확정됐다. 이 중 빅토르 오르반(47) 총재가 이끄는 피데스는 총 206석을 얻었다. 반면 사회당은 28석을 얻는 데 그쳐 소수 야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몰렸다. 남은 121석의 주인은 25일 열릴 2차 투표에서 가려진다.

헝가리 총선은 일단 1차 투표를 통해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한다. 그러나 과반 득표자가 없는 지역구는 2차 결선 투표로 당선자를 가린다. 나중에 사표에 따라 정당별로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도 보태진다. 피데스는 2차 결선 투표에서도 승리해 독자 헌법 개정이 가능한 최소 의석수인 258석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집권 사회당의 패배 원인으론 경제난이 꼽히고 있다. 헝가리는 2008년 10월 세계 금융위기로 경제 상황이 어려워져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200억 유로(약 30조원)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BBC방송은 “구제금융 이후 사회당이 IMF의 요구조건을 맞추기 위해 사회보장 예산 삭감 등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증세 정책을 펴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었다”고 분석했다. 총선 이후 총리직에 오를 가능성이 큰 오르반 총재는 “유권자들이 헝가리의 미래에 투표했다”는 소감을 밝히면서 앞으로 감세 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르반은 2002년 사회당이 집권하기 전 총리를 지낸 바 있다. 1998년 35세의 나이로 총리에 오른 그는 당시 유럽 최연소 총리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오르반은 강력한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이번 총선에선 176명의 지역구 후보를 일일이 평가해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극우 민족주의와 반유대주의를 기치로 내건 요빅(Jobbik·더 나은 헝가리를 위한 운동)당도 1차 투표에서 26석을 확보해 사회당과 맞먹는 영향력을 갖게 됐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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