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랑머리2' 하리수 노출 적당히 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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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노랑머리2' 를 바라보는 시선은 뻔하다. 선정성으로 심의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많았던 '노랑머리' 의 속편인지라 질펀한 성애에 코드를 맞춘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대중의 화두가 된 성전환자 하리수가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은 색다르게 '진화' 한 인간의 몸까지 탐닉할 수 있으리란 음험한 기대까지 품게 하기 충분하다.

하지만 영화는 더 이상 '싼값' 으로 승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를 거부한다.

몰래 카메라의 등장이나 주변 인물들의 정사 장면 등 다소 선정성에 기댄 흔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게 중심은 어디까지나 성전환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고발하고 약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사회의 폭력을 비판하는데 두고 있다.

전편에 이어 속편까지 맡은 김유민 감독은 블랙코미디와 다큐멘터리, 순수 드라마를 혼합한 독특한 실험성까지 보인다.

프로야구 선수를 사랑하지만 남자 집안의 반대로 소중한 행복을 잃고 마는 성전환자 J(하리수.사진), 자신과의 정사장면을 담은 비디오를 내밀며 돈을 요구하는 매니저 때문에 삶에 진저리를 치는 연예인 지망생 Y(신이),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무엇이든 찍는 영화과 학생 R(모홍진). 세 사람은 편의점에서 우발적인 범행을 저지르고 함께 도피하는 신세가 된다.

하리수는 극중에서도 사회적 통념 속에 철저히 버려지는 성전환자로 등장한다. 그에게 타자들이 수시로 하는 "주민증 까봐" 라는 말은 약자에게 무자비한 시스템에 대한 역설적인 비판이자 "왜 그들에게 2로 시작하는 주민등록 번호를 주지 않느냐" 란 항변이다. '짓궂은' 시선들이 기대했을 하리수의 노출은 극의 흐름에 맞도록 노골적이지 않을 만큼 포장됐고, 그의 연기는 일정한 톤의 목소리와 과묵한 표정으로 일관해 별다른 특징을 발견하기 어렵다.

특이한 인물을 설정함으로써 이 사회에 딴지를 걸고 싶었던 듯한 김감독은 심각한 상황을 심각하게 풀지 않는 독특한 대사로 자주 관객의 웃음을 유도한다.

그러나 주인공들의 파격적인 행동을 설명해줄 장치가 부족하고 나름대로 실험성을 부여한 방사형 구성은 갈수록 산만해져 집중력을 해친다. 화면이 거칠고 배경 음악에 대사가 묻히는 것도 흠이다.

두 여주인공을 내세운 것은 전편과 다를게 없지만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보다 뭔가를 쉴새 없이 말하고 있는 이 영화가 거둘 성과는 전작보다 훨씬 도드라질 것 같다. 18세 이상 관람가. 21일 개봉.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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