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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외무성 이번엔 횡령 파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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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 외무성이 과장급 직원의 횡령사건으로 사상 처음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최악의 상황에 몰렸다.

올해 초 외교기밀비 유용 파동에 이어 이번 사건이 터지자 책임론이 대두하면서 외무성 내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횡령과 상납 파문=압수수색의 이유는 횡령혐의다. 외무성 경제국의 고바야시 히로무(小林祐武)과장보좌 등 직원 두명은 지난해 7월 오키나와(沖繩)에서 열린 G8정상회담에서 렌터카를 사용했다.

그런데 경찰은 이들이 렌터카 회사인 '히노마루 리무진' 회사와 짜고 비용을 부풀려 2천2백만엔(약 2억3천만원)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 16일 외무성 등 10여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고바야시는 횡령한 돈의 대부분을 생활비.유흥비 등에 탕진했지만 "일부는 기밀비 유용사건으로 기소된 마쓰오 가쓰토시(松尾克俊)전 요인외국방문지원실장에게 상납했다" 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이 문제가 외무성 내의 조직적인 비리문제로 확산되는 게 불가피해졌다.

◇ '외무성 부패 일제히 질타' 파장=언론들은 일제히 '외무성 부패' 를 질타하고 나섰고 야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까지 겨냥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미국 덴버 총영사의 기밀비 유출의혹에 이어 외무성에서 불미스런 사건이 잇따라 터져 인사쇄신이 불가피하다" 고 보도했다.

야당들은 "고이즈미 총리가 자신의 문제로 반성해야 한다" 고 비판하고 나서 참의원 선거전(29일)에서도 주요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자 고이즈미는 "철저히 조사해 기강을 바로잡을 것" 을 지시하며 불끄기에 나섰다.

체코를 방문 중인 다나카 외상은 "나를 포함해 외무성 관료들의 잘못" 이라며 관방장(총무국장)경질 의사를 밝혔다. 그렇게 되면 다나카 외상의 가와시마 유카타(川島裕)사무차관 등 고위관료 4명 교체계획과 맞물려 외무성에는 물갈이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도쿄(東京)신문은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으로 외교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이번 사건은 외무성의 신뢰를 추락시켜 외교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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