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귀중한 세금 축내는 구청 홍보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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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집 근처에 있는 구청을 거의 매주 찾는다. 그곳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거나 팩시밀리로 문서를 보내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인터넷 방에서 정보검색을 즐기기도 한다. 구청의 대민 서비스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구청 현관을 들어설 때마다 귀중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게시대에 비치된 홍보물 때문이다.

거기에는 적게는 20종, 많을 때는 30여종의 홍보물이 진열돼 있다. 정부 부처나 시청.구청.각 단체 등에서 제작한 것들이다. 크기와 부피가 다양해 단 한 쪽 짜리 안내문이 있는가 하면 1백쪽이 넘는 두툼한 책자도 있다.

이들 홍보물은 시민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바쁜 생활 속에서 지나치기 쉬운 생활상식이나 정부시책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우선 생색내기용 홍보물이 눈에 띈다. 이런 것은 정보를 전달하기보다 단체장 개인의 업적을 홍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연히 보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러 부처.기관에서 비슷한 시기에 만들다 보니 중복돼 실리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일회성 홍보물까지 최고급 종이로 만들어 공공기관이 자원낭비에 앞장선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가끔씩 관리소홀로 철 지난 홍보물이 계속 자리를 차지하기도 한다. 각 행정 부처.기관은 무분별하게, 경쟁적으로 홍보물을 발행해선 안된다.

박동현.서울 관악구 봉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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