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잃은 60대 목사 2년째 호스피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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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간은 생명이 붙어있는 한 존엄하게 살 권리가 있습니다. "

김성환(金聖煥.67)목사는 벌써 2년째 일주일에 한번씩 '호스피스 봉사' 를 위해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는다.

수명이 6개월도 안 남은 암환자들이 급격한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그의 일.

金목사가 호스피스에 나선 것은 그의 딸 정원씨의 죽음이 계기가 됐다.

정원(당시 27세)씨는 10년 전 임신 중에 위암에 걸려 2개월 반 만에 세상을 떠났다. 金목사는 너무나 큰 고통에 시달렸던 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 각종 호스피스 관련 서적을 탐독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때 환자의 마음이 안정되면 죽음에 대한 공포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통증까지 완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죽음을 앞두고 절망스러워 하는 환자의 마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리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다.

출세가도를 달리다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한 대기업 간부는 두달여간이나 金목사를 외면했다. 그러나 몇시간씩을 그냥 앉아만 있다 돌아가는 金목사의 정성에 결국 마음을 열어 손을 맞잡았다.

그로부터 한달 뒤 환자는 "고맙다" 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너무나도 편안한 얼굴이었다.

그는 "가장 어려운 점은 호스피스에 대한 전반적 인식 부족" 이라며 "어떤 곳은 병원조차도 관심이 없어 자원봉사자들이 사비를 털어 프로그램을 마련할 정도" 라고 말했다.

국내에는 아직 공인된 호스피스 자격증조차 없다.

김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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