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낙점 앞둔 베이징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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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베이징(北京)엔 13일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흥분으로 일관됐던 8년 전의 첫 올림픽 유치 도전 당시와는 달리 신중하면서 조심스런 모습이었다.

중국 여론을 선도하는 인민일보는 13일자 논단에서 '평상심' 을 강조하며 "성숙된 모습을 보이자" 고 역설했다.

처음이 아닌 두번째 유치 도전이며 중국의 경제 실력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이 향상되는 등 예전처럼 국가의 명운을 스포츠 행사 유치와 동일시하던 때는 더 이상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두번째 도전에서도 실패해 자칫 국제사회의 웃음거리로 전락할 것을 우려한 마음 다잡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 당국은 두달 전부터 각 언론사에 '지나친 올림픽 분위기 띄우기' 를 자제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냉정을 강조하고 있다고 베이징 소식통들은 전했다.

○…중국 당국의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시민들의 관심은 온통 모스크바의 투표 결과에 쏠렸다.

차오양(朝陽)구 젠궈먼와이(建國門外) 거리에 위치한 레스토랑 '존 불(John Bull)' 은 "베이징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면 오늘 맥주 등 음료를 무료 제공하겠다" 고 선언했다. 거리에선 7~8세의 어린이들이 직접 그린 '베이징 올림픽 유치 희망' 그림을 행인들에게 나눠주며 승리를 기원했다.

한편 베이징 시정부는 이날 시내 중심에 위치한 중화세기단(中華世紀壇)과 군사박물관 광장 등의 두 곳을 시민들이 올림픽 유치 축하 모임을 가질 수 있는 공식 장소로 지정, 행동 통제에 나섰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4시50분부터는 이 두 곳으로 향하는 일부 구간의 차량 운행이 중단됐다.

베이징 공안(公安.경찰)은 올림픽 유치 성사 여부를 떠나 흥분한 베이징 시민들이 돌발적인 거친 행동을 할 가능성 때문에 비상 근무에 돌입한 상태.

특히 천안문(天安門) 광장엔 올림픽 분위기를 빙자한 '불순세력' 의 폭동 등을 우려, 경계가 크게 강화됐다.

○…모스크바에 1백여명 이상의 기자를 파견한 중국은 13일 낮 12시(한국시간 오후 1시)부터 중국 중앙TV(CCTV)가 현지 생중계를 시작, 본격적인 방영에 들어갔다.

CCTV는 베이징 올림픽 홍보 대사로 임명된 탁구선수 덩야핑(鄧亞萍) 등 스포츠 스타의 모스크바 선전 활동 등을 보도하며 투표 결과가 최종 확인되는 오후 11시까지 11시간을 생중계했다. 중국은 표 분석에서 68표 정도 확보가 가능해 무난히 승리할 것을 점치고 있지만 뜻밖의 패배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사실 보도만 할 뿐 낙관적 보도는 삼갔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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