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혈병 아연이에게 꿈을' 성남여고생 사랑 릴레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작은 정성이지만 어린 동생 아연이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

13일 오전 11시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청소년 수련관. 학생들의 분주한 손놀림이 오가는 바자 매장에 각종 액세서리를 비롯해 비누와 우산.속옷 등 생활용품이 널려 있다.

그런데 물건보다는, 교복 차림의 여고생들이 "아주머니, 물건 좀 보고 가세요" 라고 외치는 앳된 목소리가 행인들의 발길을 잡았다.

인근 초등학생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얘기를 듣고 성보여상과 성남여고 등 고등학교 자원봉사 동아리 회원 50여명이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지난 5월 백혈병 수술을 받은 백아연(8.금빛초등 2년)양은 80여주 동안 통원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병원비가 없어 엄두를 못내고 있다. 아버지는 국제통화기금(IMF)외환위기 때 직장을 잃었고 할머니는 백내장 때문에 실명할 처지여서 집안 사정이 말할 수 없이 어렵다.

이날 바자에서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던 최현수(15.성보여상 1)양은 "저희들이 응원하는 소리를 듣고 불쌍한 아연이가 빨리 완쾌됐으면 좋겠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일한다는 게 이렇게 기쁜 일인 줄 몰랐다" 며 손님들 붙들기에 여념이 없다. 바자뿐 아니다. 아연이의 딱한 사정이 알려지자 성남시내 고등학교 자원봉사 동아리 20개 단체도 '아연양 돕기, 사랑의 릴레이' 를 마련했다.

이들 단체도 14일 오후 2시 성남시 청소년 수련관~종합시장에 이르는 2㎞ 구간을 오가는 '장애체험 릴레이' 를 연다. 이 릴레이에는 성남시내 중.고생 2백50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청소년 수련관 전호정(全鎬正.32)과장은 "목발과 휠체어를 이용한 간접적인 장애 체험이 아연양의 고통을 이해하고 널리 알리는 데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이밖에 14일 오후 1시부터 청소년 수련관에선 '사랑의 헌혈 캠페인' 이 개최되고 오후 4시에는 성남시내 중.고생들이 직접 댄스.풍물.국악 등의 무대를 꾸며 아연양을 초청, 용기를 복돋워줄 계획이다. 031-756-8694.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